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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른말 지키는 한글의 지팡이 될 것”
- 7년째 야학서 국어 교육 의정부署 박상균 경위
“국어는 우리글 아닙니까? 우리가 ‘제대로’ 해야 정상이죠. 그런데 아직도 ‘테레비’ 등 일본식 말투를 쓰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경기도 의정부경찰서 호원파출소에 근무하는 박상균(48·사진) 경위는 ‘동네 야학 국어 선생님’으로 더 유명하다. 지난 2005년부터 ‘노송야학’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그는 ‘가르치는 재미’에 빠져 일부러 근무지도 야학 근처인 파출소로 자원해 나왔다.
현재 그는 매주 수요일 2시간 동안 야학 중등반(중학교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50~70대 여성들. 오빠나 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양보한 사람들이다.
박 경위는 대학교, 대학원에서 모두 행정학을 전공한, 비국어 전공자다. 그런 그가 국어 교육에 나선 것은 일본식 말의 잔재가 우리말을 오염시키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워서다. 그는 “1970년대 강원도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선생님들이 ‘가이당 소지(계단 청소)가 몇 분단이야?’와 같은 일본식 말투를 쓰곤 했다. 경찰이 되고 나서 순찰을 다녀도 어르신 중에는 ‘테레비 잘 나와?’, ‘닭도리탕 먹을래?’ 같은 일본식 말투, ‘역전 앞에서 봐’ 같은 비문 등을 자주 썼다. 이런 모습이 안타까워서 일부러 국어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비전공자가 남을 가르치긴 어렵다. 박 경위는 그래서 한국어시험 교재를 사다가 직접 한국어를 공부해가며 사람들에게 가르친다. 수업시간 중 40%는 생활국어를, 60%는 검정고시 국어를 가르치며 보낼 정도로 생활국어의 비중이 높지만 그래도 제자들의 검정고시 합격률은 70%대에 이른다.
야학의 길은 쉽지 않다. 시에서 소액 지원을 받지만 문제지 살 돈, 노트 살 돈이 부족해 선생님들끼리 갹출해서 마련한다. 공부를 가르칠 공간이 없어 매년 교육청, 학교에 협조해 학교를 전전하며 강의를 한다. 이를 위해 의정부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아내의 손을 빌려가며 교육을 하지만 방과후학교 등이 활발해지면서 갈수록 학교 구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배움으로 새로운 삶을 찾았다며 좋아하는 학생들을 보면 이 일을 멈출 수 없다는 게 박 경위의 말이다. 박 경위는 “제가 가르친 학생 중에는 자기 이름인 끝순이, 말자 등의 뜻을 알고 ‘60년 동안 왜 이런 이름으로 살아왔나’라며 개명 신청을 하신 분들도 있다. 어떤 분은 초등학교만 나온 분인데, 중등ㆍ고등 검정고시 통과 후 야간대학에 다니며 다시 야학에 와서 선생님으로 일하시기도 한다. 이런 분들을 볼 때마다 ‘이 길을 걷기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가르치는 재미에 빠진 박 경위의 꿈은 중앙경찰학교 강단에 서는 것이다. 과목은 예절ㆍ인성. 그는 “아직도 경찰복만 보면 떠는 분들이 많지만 신임 순경들 앞에서 예절ㆍ인성 교육을 하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진짜 ‘민중의 지팡이’로 길러내고 싶다”고 꿈을 말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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