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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마을1축제>밤송이 까고 알밤 줍고…밤에 맞아 머리에 혹났어요
공주알밤축제
오는 8일까지 8번째 지역행사

임금님 진상 정안산 밤 당도 으뜸

주말 밤줍기 행사땐 발딛을 틈없어


출출할땐 장터서 밤묵·밤짜장 시식

공산성 웰빙 걷기대회로 역사 체험

심심할땐 콘서트·음악캠프로 재미만끽

[정안ㆍ공주=이윤미 기자] “아빠, 나무 발로 차봐.”

어린 딸아이와 먼저 산 밑으로 내려온 신해진 씨는 이미 산등성이까지 올라가 옷자락도 보이지 않는 애아빠에게 손나발을 만들어 소리쳐본다. 애아빠와 아들녀석은 어디쯤 있는지 아무런 메아리가 없다.

신 씨는 바닥에 떨어진 것만 주웠는데도 금세 망태 가득 알밤이 찼다. 한참 만에 나타난 부자의 손에 들린 망태 속 알밤은 훨씬 더 굵고 토실토실해 보인다. 아이는 한 발로 밤 송이를 살짝 누른 뒤 집게로 알밤을 꺼내는 재미에 쏙 빠졌다.

제8회 공주알밤축제(10월 1~8일)가 열리는 각 체험농장에는 올해 이른 추석 탓에 차례상에 오르지 못한 밤이 속이 꽉차 터져 나오며 ‘후두둑’ 굵은 소낙비 떨어지듯 밤송이의 투신이 요란하다. 손 안에 듬직하게 쥐어지는 알밤에 사람들의 표정에 만족감이 번진다. 아예 포대자루를 들고 나온 이도 있다.

밤의 대명사 격인 정안의 산은 지금 밤이 지천이다. 온 산이 밤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바닥에 남은 밤은 겨우내 다람쥐와 청설모의 식량이 될 게다.

올 봄, 많은 비 탓에 밤꽃이 제대로 피지 못해 농장주는 걱정이 많았다. 수확이 예년만 못하다지만 주렁주렁 달린 밤을 보면 높은 하늘 아래 풍성한 가을이 뿌듯하다.

공주 알밤축제 체험행사장의 하나인 정안 금정농원은 축제기간 주말에만 4000~5000여명이 몰린다. 연인원 4만명이 이곳을 찾아 밤줍기에 참여한다. 단체관광객,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도 소풍 삼아 찾아든다. 밤줍기 행사야 9~10월 두 달이지만 사실 1년 열두 달 밤 행사는 이어진다.

5~6월 하얀 밤꽃이 산 가득 피면 벚꽃 못잖다. 다소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게 꺼려지지만 환한 밤꽃은 소박하고 정겹다. 또 겨울이면 화롯불에 알밤굽기 체험도 재미가 쏠쏠하다.

정안밤은 임금에게 진상됐던 밤 중의 으뜸으로 꼽힌다. 당도가 무려 30%다. 배의 당도가 15%인 점을 감안하면 단맛이 짐작이 간다. 밤은 영하 1도 정도에서 20~30일 정도 숙성을 거쳐야 단 맛이 더 든다. 정안밤영농법인 박상만 대표는 “정안밤은 바로 먹어도 단맛은 덜하지만 입에서 오래 씹다보면 달고 고소하다”면서 “칼슘 흡수를 돕는 마그네슘은 정안밤에만 들어 있다”고 자랑이 꼬리를 문다. 

다 익어 몸피가 불어난 밤이 바람 한 번에 툴툴툴 산비탈을 타고 마구 쏟아져 내린다. 나무 위에도 밤, 산길에도 밤, 아이에겐 터진 가시돋힌 밤송이가 이상스럽기도 하고, 그 속에 얌전히
앉아있는 알밤이 신기하다. 아이는 둥지에서 갓 깨어난 새를 꺼내듯 조심스럽게 알밤을 빼내 쥔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비타민C, 질 좋은 단백질 등 영양도 그만이다. 원기를 북돋우고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이유식과 환자 회복식으로 많이 쓰인다.

옛날에 시어머니 돌아가시기만 바라던 못된 며느리가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스님께 방법을 여쭈었다. 그랬더니 스님 왈 “생밤 5개를 매일 드시게 하면 그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며느리는 정성스레 매일 밤을 방에 들였다. 한 보름 지나자 돌아가시기는커녕 살이 오르고 낯빛이 환해지면서 더 건강해졌다는 얘기다.

공주 알밤축제는 공주시내 공산성 앞에서 펼쳐지는 직거래장터와 문화행사, 각 농장에서 열리는 체험행사로 나뉜다. 공산성 앞 광장은 판을 펼친 각 농원과 주부단체가 경쟁하듯 내놓은 밤음식으로 구수한 내가 가득하다. 밤묵, 밤파전, 밤갈비찜 등은 어른이 차지하고 아이들은 밤짜장, 밤국수, 밤탕수육에 손이 자꾸 간다. 밤식빵 정도로만 알고 있는 밤 간식의 다양한 변신에 눈과 코가 즐겁다.



인근에는 ‘농가식당’이란 밤 전문 식당도 있다. 밤냉면, 밤만두, 밤파전, 밤된장찌개 등 그 다양함에 입이 딱 벌어진다. 밤줍기 체험행사에는 4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밤막걸리, 밤파전을 즐길 수 있다. 밤의 속껍질은 최근 미용팩용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축제에는 공산성 웰빙걷기대회가 새로 선보였다. 공산성 성곽 2.6㎞를 걷는 길이다. 성안 공터엔 얼마전 발굴한 백제시대 생활을 보여주는 유물과 밤껍질이 발견돼 보존돼 있다.

공산성은 본래는 토성이었는데 인조 때 석축으로 개축했다. 끝자락 400m 정도는 아직 토성으로 남아있다. 이곳에 올라서면 금강과 공주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번 축제는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기는 음악프로그램이 많은 것도 특징. 5일 수요일 밤엔 트로트 콘서트가, 7일엔 청소년 음악캠프 등이 마련돼 있다. 마침 백제문화제와 같은 기간에 열려 축제를 배로 즐길 수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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