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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의 날>"딸에 부담주기 싫어...내가 죽으면 구청에서라도 거둬가겠지"
서울 상도동에 혼자 거주하는 조연숙(85ㆍ가명)할머니는 죽음도 삶만큼이나 고통스러울까봐 두렵다. 따로 사는 외동딸이 “죽은 뒤까지 걱정 말고 살 만큼 살아요” 한마디만 해줘도 좋으련만 야속한 딸은 아무 말도 않는다. 조 할머니는 “나 죽고 딸이 (시체를) 거둬가지 않으면 구청에서 치우겠지”라며 무덤덤하게 말하면서도 “사실 정말로 그렇게 될까봐 두렵고 괴로워”라고 털어놨다.

▶“‘엄마 죽으면 내가 화장해 줄게’ 그 한마디만 듣고 싶어요” = 조 할머니는 서울 상도동의 전세 1500만원짜리 단칸방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다. 술에 찌들어 살던 남편은 오래 전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이후 조 할머니는 결혼한 딸의 집에 얹혀 살았다. 딸과 사위, 손자와 함께 사는 삶이 마냥 행복하진 않았다. 손자가 점차 커갈 수록 좁은 집에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눈치가 보였다.

조 할머니는 손자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자 먼저 “이제 나 혼자 살까 한다”고 말을 꺼냈다. 딸도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전셋방을 얻어 독립한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스스로 홀로 사는 길을 택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가슴 깊이 스며드는 고독함은 마치 추운 겨울 바람처럼 혹독하기만 하다.

그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혹시 울릴지 모를 전화기 곁에서 보낸다. 조 할머니는 “매일 딸의 전화를 기다려. 그런데 먼저 전화가 걸려오는 일은 거의 없지”라며 “사주팔자에 인덕이 없는지 딸도 무관심하네. ‘엄마, 죽었소 살았소’ 물어볼만도 한데…” 라고 쓸쓸한 미소를 보였다.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딸이다. 조 할머니는 “아무리 냉정해도 항상 보고 싶지. 매일 먹어도 또 먹고 싶은 물 같이 늘 생각나”

딸이 그리워 더이상 참을 수 없을 때 할머니는 전화기를 들고 딸의 휴대폰 번호를 누른다. “그냥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거는 거야. 막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라도…”

▶ “외로움 이기려면 모여서 서로의 삶 나눠야” = 17년 전 이혼한 이후로 계속 혼자 살고 있는 이무석(65)씨는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외로움을 이겨내고 있다.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도봉 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이씨는 여느 노인들과 달리 활기가 넘치고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사람들과 끊이없이 소통하기 때문”이라고 비결을 말했다.

이씨는 이혼한 뒤부터 남을 돕고 살기로 마음 먹고 치매노인 활동 보조를 시작했으며 현재는 복지관의 장기바둑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 또한 복지관에서 요리를 배우는 등 배움에도 열심이다.

그도 한 때는 지독한 우울증을 앓았다. 17년전 가족들과 헤어지면서 받은 충격 때문이다. 그는 자원봉사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했다. 그는 “혼자 남겨진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수 있다는 사실은 어떤 비타민 보다 나에게 활력을 준다”고 말했다. 이씨는 “외로울수록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튼 동물기 등 동화를 자주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자영ㆍ박병국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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