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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 생태계 개선? 또 다른 갈등 유발?
중기 적합업종 1차 품목 오늘 발표…의미·전망
구속력없이 자발성에만 의존

‘제3의 눈’ 감시 필요성 대두


대기업 “실효성 의문…역차별”

외국계·중견기업만 배불릴수도



4개월간의 산고 끝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1차 품목이 27일 발표됐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제동을 걸고 적합업종을 통해 생태계 질서를 바로잡자는 당초 취지를 감안하면 민간위인 동반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중기 간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사업조정이 이뤄졌다는 점은 ‘갈등을 합의로 풀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 중심으로 실효성과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어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발성 발휘돼야 사업이양, 확장자제 성과=적합업종으로 선정된 품목은 앞으로 대-중기 간 협의에 따라 시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여기엔 구속력이 있는 장치가 없어 대기업이 협의를 위반하더라도 이를 마땅히 제재할 방침이 없다. 이에 동반위 측은 “대기업 스스로 협의한 사항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제재보다 더 무서운 사회적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대기업이 스스로 중소기업에 사업을 넘겨주거나 확장을 자제하는 자발성이 발휘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LG생활건강이 세탁비누 사업을 철수하거나 CJ, 대상 등이 알아서 정부조달 진입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선제적 조치로 이해된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사업이양과 확장자제 등 적합업종 협의 사항을 지킬 수 있도록 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단순히 동반성장지수 반영 등만으로는 적합업종 이행에 대한 인센티브가 약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무대가 넓어진 틈을 이용해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제3의 눈이 나서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성 혁신전문기업 실용학회장은 “중소기업청에 중소기업 간 공정거래를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을 조속히 부여해 향후 중기 간에 또 다른 무질서가 나타나지 않도록 다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된장, 고추장 등 장류를 비롯해 주요 제조 품목이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서 시장에는 지
각변동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헤럴드DB]

▶대기업들 “실효성 의문, 역차별” 일부품목 강력 반대
=반면 대기업들은 레미콘, 금형, 두부, 데스크톱PC, 유리식기, 재생타이어 등의 품목에 대해 적합업종 선정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레미콘의 경우 관련 대기업들이 먼저 시장에 진출해 시장을 키워왔으며, 금형 역시 제품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요소여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형사로 구성된 레미콘공업협회 측은 “대형사들이 중소기업 진출 이전에 시장을 만들고 기술혁신과 시장확대를 선도해왔다. 이제 와서 시장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은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인데 수용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금형 분야 역시 중소기업이 하는 분야와 대기업이 필요에 의해 추진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대기업만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 측은 “외국 유명기업들이 재생타이어 사업을 확대하는 와중에 국내 관련 대기업들만 이 사업을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비난했다.

또 대기업은 물론 내비게이션, 디지털도어록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중소기업들의 반발도 사고 있다. 관련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OEM)생산으로 납품하거나 시장이 외국계 대기업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 중소 전자업체 관계자는 “내비게이션 등은 적합업종 선정 경우 소형 경쟁사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시장을 과점한 중견기업만 키워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LG생활건강이 철수 방침을 밝힌 세탁비누 시장도 연간 300억원 규모로 무궁화세탁비누가 47.3%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후발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전체 20%를 밑돌아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무궁화에만 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문술ㆍ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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