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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악몽 되살아나나” 한숨
이제야 긴터널 빠져나왔는데…유럽發 악재에 떠는 섬유업계
금융위기후 수출 30% 급락

작년 139억弗로 회복 안도

올들어 유럽 재정난 또 찬물

장기화땐 FTA효과도 퇴색


“긴 터널을 겨우 빠져나온 것 같은데 앞길이 다시 어두워 보이네요. 전체 매출 70%를 유럽에 수출하는데 특별히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도 막막합니다.”

얼마 전 섬유패션업계 조찬포럼에서 만난 한 섬유업체 대표는 위기에 빠진 유럽경제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금의 대외적인 상황에 대해 기술적ㆍ전략적으로 풀 수 없는 ‘불가항력’이라고 진단했다.

다시 찾아온 유럽발 글로벌 경기침체에 섬유업체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139억달러를 수출하며 전년도보다 19.5% 성장했고, 올 7월 누적 수출액도 9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세계경제 위기에 이들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겪어야만 했던 학습효과, 즉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3년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 조짐이 보이면서 국내 섬유업체들이 수출 실적 감소 우려에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열린 국내 최대 섬유대전인‘ 프리뷰 인 서울 2011’ 전시장.

섬유산업은 금융위기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 중의 하나였다. 실제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위기 직후 국내 섬유업계 수출실적은 30% 넘게 하락했다. 2008년 3분기 실적은 35억달러인 반면 2009년 1분기는 24억달러로 급감하며 31.4% 하락했다. 이후 2009년 3분기 30억달러로 일부 회복했지만 역시 1년 전과 비교하면 역시 12.4% 줄어든 실적이었다.

지역별로는 금융위기 직후 유럽의 수출실적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2008년 3분기 유럽수출은 3억1000만달러였지만 2009년 1분기에는 1억8000만달러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며 40%나 수출 규모가 감소했다. 미국과 중국 또한 35%대의 수출실적이 줄며 섬유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됐다. 품목별로는 인조섬유가 40% 넘게 감소하며 가장 많이 줄었고, 이어 의류, 직물, 섬유사 순이었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침체의 파장을 그대로 맞아야 했던 기억이 있기에 섬유업체들로선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신용등급 하락과 채무불이행 등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최근 섬유산업연합회가 주요 수출업체 6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단기적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이란 의견은 73%였다. 


문제는 이들이 이번 위기로 수출이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는 점이다. 실제 섬유수출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란 의견은 무려 83%에 달했다. 섬산련 관계자는 “한ㆍEU FTA 효과로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수출 감소를 극복할 수 있지만 위기가 장기화된다면 이마저도 효과가 퇴색할 것으로 업계에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개도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어 국내 섬유업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섬유업체들이 미국, EU에서 개도국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파이를 키워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자 유출로 개도국 통화가치가 하락하며 수입물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어 국내 섬유업체들의 수출전선까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동남아 국가에 인조섬유를 수출하는 중소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동남아 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대안 역할을 했던 곳인데 이들 시장마저 경색된다면 더 이상 비상구는 없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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