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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부에 중독된 사람들> “내가 도움 준 학생들이 훗날 더 큰 나눔의 씨앗 뿌릴 것” 이운희 호서전문학교 학장
지난해 12월 연평도 포격사태로 당시 고3 수험생이었던 염현아(20ㆍ여) 씨는 대학 입학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 호서전문학교 애견미용과에 지원해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갑작스러운 포격으로 등록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했던 것. 안타까운 사연이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당시 필리핀 출장 중이던 이운희(71ㆍ사진) 호서전문학교 학장도 사연을 접했다. 학교 규정상으로는 입학이 불가능했지만 이 학장은 염양을 장학생으로 선발했다. 그는 “우리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의가 매우 크더라고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학생을 외면할 순 없었죠”라며 “장학생으로 선발해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을 지원하며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견뎌낸 학창시절, 이젠 내가 나눌 차례”=이 학장은 오래전부터 어려운 형편에 놓인 학생들을 돕는 일에 힘써왔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운 형편 속에서 공부했던 학창 시절의 기억은 그를 나눔에 앞장서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마칠 수 있었어요. 대학도 겨우 야간대학에 입학해야했을 만큼 쉽지 않은 시간이었죠. 그래서 가난한 학생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보내며 ‘언젠가는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학장은 지역 주민들과 모임을 만들어 매년 지역 내 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한두명으로 시작한 작은 친목모임이었지만 현재는 회원이 40여명이며 그동안 모임에서 지급한 장학금으로 학업을 이어간 학생들도 80여명에 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서울 강서구에 있는 무의탁아동시설에 매년 120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시간이 날 때면 직접 방문해 아이들을 격려한다. 그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최근 3년간 기부한 금액만 2000여만원이 넘는다. 



▶전자공학도가 교육가로 변신하기까지= 수십년간 교육가의 길을 걸어온 그지만 사실 그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다. 그런 그가 교육사업에 뛰어들어 교육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게된 가장 큰 계기는 그의 대학 은사인 강석규 호서대학교 명예총장 덕분이다.

1962년께 명지대학교 야간대학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던 이 학장은 그 곳에서 강석규 명예총장을 만났다. 형편이 어려웠던 이 학장은 지도교수였던 강 총장의 실험실에서 근무하며 장학금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이 학장이 교육가의 길을 걷게 한 계기가 됐다. 그는 “강 교수님의 근검절약 정신과 한 가지 일에 열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교육 경력 50년 동안 그분의 가르침을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누고 베풀줄 아는 인재 키우는 게 여생의 소망”= 이 학장은 제자들도 나눔과 기부 정신을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호서전문학교는 올해부터 졸업필수과목으로 학생들이 모두 자원봉사에 참여하도록 했다. 봉사 내용은 전공에 따라 다르다. 19개 전공 학생들이 각자의 능력이 필요한 곳에서 재능기부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외에도 매년 축제 때면 지역 주민과 학생회가 함께 바자회를 열어 이웃돕기 행사를 진행하고 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을 지역 내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기부하기도 한다.

그는 “우리 학교는 12년간 취업률 100%를 기록할 만큼 학생들의 능력과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나눔을 실천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을 지닌 따뜻한 인재가 돼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꾸준히 나눔고 베풀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학재단을 설립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일이 여생의 소망이라는 이 학장. 그는 “내가 도움을 준 학생들이 훗날 더 큰 나눔의 씨앗을 뿌리길 바란다”며 “기부는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다. 상대방이 나로 인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웃어보였다.

<박수진 기자 @ssujin84>sjp10@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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