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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디자인포럼 2011>“생태학적 디자인…회색도시에 녹색숨결 불어넣는다”
‘헤럴드 디자인포럼’ 토론자…에코시티빌더스 대표 리처드 레지스터 인터뷰
창원 복합빌딩 ‘시티7’

생태학적 에코시티

모범 사례로 꼽을만…


20대무렵 미술에 도취

도시도 하나의 조각품

디자인과도 일맥상통


기후변화 등 문제심각

지속가능한 미래 위해

도시도 리디자인 필요

장기적 안목 투자해야

에코시티빌더스(Ecocity Builders)의 리처드 레지스터 대표를 e- 메일로 만났다. 그는 자동차와 콘크리트로 가득한 현대적 개념의 도시를 다시 풀과 나무, 산과 강이 어우러진 에코시티(생태도시)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습 폭우, 이상한파 등 최근의 이상기온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구온난화 문제도 에코시티 조성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류가 진정 이런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기적인 안목의 과감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에코시티를 통해 차츰 인류도 지구 온난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 기능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도시 전체를 디자인하는 것이 필수”라고 하는 그에게서 에코시티의 철학과 실제에 관해 들어봤다.



-에코시티라는 말을 처음 썼다. 에코시티란 뭔가?

▶1979년인가 80년인가 겨울에 처음 얘기했다. 에코시티란 생태학적으로 건강한 도시라는 말이다. 도시는 사람들이 쓰는 에너지의 10분의 1 정도를 소모하며, 땅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지구 기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줄 수 있고, 생물학적 다양성을 보존해줄 수 있다. 그런데 땅은 우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명확한 활용 계획을 세워야만 그런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나는 인류가 어떤 명확한 목적을 세워 놓지 않은 채 시간을 오랫동안 허비한 건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우려스럽다. 자칫 곧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우리가 얼마나 도시를 좋아지게 만드냐의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빨리 방향을 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강의차 한국에 자주 들르는 것으로 안다. 에코시티적 관점에서 한국 도시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한국의 도시는 고도로 압축된 개발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어떤 도시보다도 앞서 있다. 중국 주요 도시들처럼 자동차 의존적인 도시로 성장해 왔다. 그런데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낫고, 유럽 도시들에도 뒤지지 않는 점은 어디든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창원이라는 도시에는 시티7이라는 최고 높이 250m의 초고층 복합빌딩이 있다. 이 빌딩에서 30층은 주거용 아파트로 쓰이고 6~7층에는 정원, 쇼핑 상가, 사무실, 호텔, 콘퍼런스 센터가 조성되어 있다. 건물 사이는 고층 브리지로 연결된다. 이 빌딩은 큰 그림에서 기능을 하나로 묵어 발전시킨 좋은 예다.

-지난번 방한 강연 때 “에코시티는 개발보다는 자연 요소를 보존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에코시티의 관점에서 서울은 어떤가.

▶자연 환경보전은 매우 중요하다. 자연 환경에 대한 교육을 하고, 도시에 자연 환경이 부족하다면 복원할 필요도 있다. 서울 도심의 청계천은 좋은 예다. 서울은 압축적이고 이동하기에도 편리하다. 그러나 도심에서 더 많은 자연을 보고 싶고, 창원의 시티7 같은 빌딩도 함께 보고 싶다. 레스토랑, 쇼핑 상가, 호텔과 함께 보기 좋게 조성된 테라스가든, 걸어서 쉽게 어디든 갈 수 있도록 건물을 연결하는 브리지의 멋진 경관도 보고 싶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도록 조성돼 있는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도 인상적이다.

-그림을 그리고 조각도 하는 예술가였다고 들었다. 어떻게 에코시티 이론가가 됐나. 예술가로서의 미적 감각이 에코시티 이론에 도움이 되나.

▶20대에 미술과 조각을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도시가 지구에 너무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도시를 리디자인하는데 일조하리라 마음먹게 됐다. 그 즈음 도시도 하나의 큰 조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내가 만들어낸 예술 작품은 모두 에코시티를 설명하기 위한 것들이다. 나는 내가 순수 미술가나 갤러리에 전시하는 화가가 아니라 어떤 사상을 그려내는 삽화가라고 생각한다. 그 삽화가의 일은 포토숍 같은 툴을 이용해 현재의 도시를 에코시티로 바꿀 수 있는 그림을 많이 그리는 것이다. 나는 책을 쓰면서도 삽화를 많이 그려 넣는다.

에코시티빌더스의 리처드 레지스터 대표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에코시티를 통해 지구 온난화를 극복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과감한 초기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도시의 핵심요소는 살아있는 지붕, 벽, 뜰, 다리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도시에 공공 광장 같은 것이 더해지면 도시가 더욱 활기를 띠고 시민들의 행복감도 커질 거라고 본다. 사람들은 이런 공간을 즐기고, 이런 공간은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특히 도시 내에서도 자연 환경과 접해 있는 공공 광장이 좋다고 본다. 그런 장소는 시민들에게 자연에 대한 어떤 영감 같은 것을 고취시킨다. 나는 그런 장소가 특별한 디자인적 특성을 갖게 되는 관문이라고 본다. 서울 주변에는 아름다운 산이 많다. 이런 점은 그 도시의 큰 잠재력이 된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를 보면 광장을 너무 크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런 곳에서 시민들은 오히려 고독감이나 상실감을 느낀다. 군사력을 과시하기엔 좋겠지만, 시민의 편의나 행복과는 거리가 먼 디자인이다.

-에코시티에서 디자인은 어떻게 구현되나.

▶교통수단의 관점에서 건강하고 활기찬 도시를 만들려면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가미될 것이다. 자전거도로 디자인의 발전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나는 25년 전 복잡한 도시의 상공에 조성된 3, 4층 규모의 자전거도로 그림을 그려왔다. 1940년 개통된 미국 LA와 파사데나를 잇는 파사데나 고속도로는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였다. 그런데 그보다 40년 전 정확히 똑같이 그 자리에는 캘리포니아 사이클웨이라는 자전거 고속도로가 있었다. 그런 게 있었으니 우리가 다시 만들어볼 수도 있는 것이다.

-에코시티를 조성할 때 디자인의 중요성은 얼마나 큰가.

▶에코시티에서 도시디자인은 가장 중요하다. 요즘 사람들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적응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회복력이라는 단어는 환경을 얘기할 때 많이 쓰는 용어다. 디자인이라는 말은 가장 기본적인 차원에서 이런 모든 개념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차원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모든 체계를 디자인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파편들을 놓고 작업하면서 전체의 그림을 그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어느 도시를 에코도시의 모범으로 삼고 있나.

▶어떤 도시도 에코도시의 모범으로 보지 않는다. 언제나 고정된 채 존재하는 도시란 없다. 도시란 모두 옛날 원형에서 찢어져 나온 파편들이다. 네팔의 카트만두, 이탈리아의 베니스, 스위스의 체르마트, 터키의 이스탄불은 모두 보행로가 아주 넓은 도시다. 다양한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브라질의 쿠리티바, 캐나다의 밴쿠버, 미국의 포틀랜드 같은 도시도 있다. 런던은 자동차 규제를 시행하기 위한 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다른 유럽 도시들도 자동차 없는 지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 밖에도 이란의 모슬레, 오스트리아의 빈, 중국 톈진 등 에코시티가 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도시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도시는 시간이 흘러가면 변화하게 마련이다. 현재의 도시를 에코도시로 디자인해 개발하면 에코시티가 되는 것이다.

-에코시티를 건설하려면 어떤 가치가 중요한가.

▶생태학적인 건강성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자연을 즐긴다는 건 정말 큰 기쁨이다. 최우선 가치에 대해 바르게 교육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은 인간과 모든 생물들에게 건강한 미래를 안겨줄 것이다. 에코시티를 건설하고자 마음먹었다면 ‘세상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좋은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믿고 ‘거기에 몰입하자’고 다짐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재앙이 많다. 에코시티는 이런 문제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나.

▶분명히 해결할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게 될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기후변화 대처가 늦은 셈이다. 나는 기초 과학을 진지하게 공부하면서 기후변화 연구를 1980년대부터 지켜봐 왔다. 지금 나는 기후 변화라는 주제보다는 오히려 우주여행이나 가상현실 비디오게임 같은 피부로 더 확실히 느껴지는 주제가 오히려 지구 온난화에 더 기여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도시 차원의 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답을 구한다면 지금보다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고 지구 온난화를 되돌리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도 얻게 될 것이다.

-헤럴드디자인포럼이 앞으로 취해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

▶디자인이라는 것은 미래를 염두에 둔 전체적인 시스템을 강조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를 시기에 적절하게 나눠서 진행해야 한다. 우리가 미래에 대해 우려한다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과감한 초기 투자가 선행돼야 하며, 단기간에 투자 대비 효율을 높이는 데 안달을 해선 안 된다. 도시가 에코시티로 개발되려면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나는 많은 주제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디자인포럼의 수준이 한 단계 격상될 수 있도록 도시 문제와 그 해결법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모든 것을 풀어놓고자 했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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