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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미디버전 ‘나가수’, 신선한 웃음폭탄 터드릴까
tvn의 새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연출 김석현)가 예상대로 방송가에 화제를 일으키며 케이블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10회에 걸쳐 우승한 팀에게 1억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코미디 빅리그’는 개그맨의 꿈의 무대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코미디판 나는 가수다’이다. 지상파 프로그램들의 코미디 프로그램 축소로 갈 곳을 잃은 개그맨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침체된 코미디 프로의 부활에 대한 기대로 코미디계에서도 크게 환영받고 있다. 시청자도 트위터나 게시판을 통해 낯익은 얼굴들의 등장에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CJ는 tvn을 비롯해 온게임넷, XTM, 수퍼액션, 스토리온, 중화TV를 통해 ‘코미디 빅리그’의 화려한 팡파르를 울렸다. 첫 회 시청률은 ‘우승 상금을 내건 첫 코미디 리그의 성공’이라는 의미 외에도 거대 미디어기업인 CJ E&M의 다채널 전송 전략이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 코미디 장르에 매우 유효했음을 증명한다. tvn의 하반기를 대표할 새 포맷은 바로 다음달부터 시작해 연말이면 본격 궤도에 오를 종합편성채널과의 시청률 경쟁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 시너지도 얻었다. 현재 종편 시대 개막은 뉴스와 드라마로 시작될 분위기지만, 과거 SBS 개국 시절을 돌이켜보면 지상파 3사 시대에서 정작 경쟁이 치열한 장르는 코미디였다. SBS 개국 초 KBS, MBC의 서세원, 심형래 등 간판급 개그맨 스카우트전, KBS와 MBC 간의 감자골 4인방 줄다리기 같은 일들은 언제든 재연 가능성이 있다. MBC 현재 4 시즌을 계획 중인 tvn의 코미디 빅리그가 ‘나는 가수다’만큼 시청자의 관심을 받을 경우 ‘슈퍼스타K’처럼 지상파, 종편이 트렌드를 뒤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코미디 빅리그’가 성공을 거둔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 


첫 회에서 1등을 차지한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가 참여한 ‘옹달샘’은 사나운 사자와 홍합의 대결이라는 이색 소재와 확실한 캐릭터로 눈길을 끌며 이름값을 했다. 깜짝 2등을 차지한 신인 아3인의 ‘관객 모욕’은 진부한 타이틀과는 달리 재치와 순발력이 돋보이며 화제가 됐다.

우연인지, 의도적인 배치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가장 먼저 리그에 나온 갈갈스의 ‘네 이웃의 개그를 사랑하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대폭 줄인 지상파 3사에 대한 풍자 대신, 코미디 빅리그 탄생에 대한 찬사와 최근 몇 년간 사고를 친 선ㆍ후배 개그맨들의 사건을 소재로 한, 고해성사적인 풍자로 웃음을 제공하면서 3위를 차지했다. ‘군기’ 세기로 유명한 개그맨 세계에서 ‘후환’의 두려움을 배제한, 대담한 시도로 눈길을 끌었지만 촌철살인의 웃음을 주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 앞으로 이어질 새로운 에피소드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데에는 성공작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스타 개그맨부터 신인 개그맨까지 진짜 경합을 벌이는 새로운 포맷으로 눈길을 끄는 것에는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지만, 첫 회인 만큼 요즘 유행어로 ‘빵 터지는’ 웃음을 주는 팀은 많지 않아 결과를 기다리기까지 지루함도 없지 않았다. 백화점식으로 진열된 코미디 페스티벌을 보는 듯한 느낌도 떨칠 수 없었다.


1등에게 주어지는 1억원, 2, 3등에게도 돌아가는 적잖은 상금보다도 개그맨들에겐 ‘코미디 빅리그’의 성공이 어쩌면 제작진보다도 절실할 것이다. 지난여름 ‘코리아갓탤런트’에 도전했다 탈락한 휴대폰 판매원이자 전직 개그맨인 김홍철의 사례는 무대를 떠난 후 대책이 없는 개그맨의 사연 중 일면에 불과하다. 개인의 노력과 운에 달렸지만 연예인 직업 중 유독 어려움을 겪는 게 개그맨이다. 벌집삼겹살 CEO이자 전직 개그맨 이승환 자신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마디로 제2, 제3의 김홍철은 수두룩하다.

작년 연말과 올 초 인기 개그맨 김병만과 이수근이 각각 연말과 지난봄 시상식에서 방송사에 대놓고 코미디 프로그램 제작과 투자를 해 달라는 당부와 하소연이 나온 후 탄생한 ‘코미디 빅리그’의 첫 번째 목적은 안방극장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장르인 코미디가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퇴색한 웃음을 되찾는 것이어야 한다. 무대를 넓힐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경희 선임기자/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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