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태국 방콕의 시나카린 대학교 예술원 콘서트홀. 현지의 5인조 커버댄스 그룹 ‘타이탄’은 여느 여성 모델 뺨치는 미모와 몸매에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춤으로 ‘포미닛’의 ‘I my me mine’과 애프터스쿨의 ‘뱅’을 공연한 뒤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소감을 털어놓았다. 현지의 통역사는 이들을 ‘레이디보이’(ladyboy)라고 소개했다. ‘레이디보이’는 동남아에서 ‘트랜스젠더’(성전환자)나 여장남자를 이르는 말이다.
이날 또다른 경연 참가자인 5인조 댄스그룹 ‘우브루’의 멤버도 역시 트랜스젠더로 카라의 ‘점핑’의 의상과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 그룹의 한 멤버는 심사위원을 맡은 2PM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고 하자 무대 위에서 울음을 터뜨려 청중들로부터 격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대학생인 캄용(25)이 이끄는 이 팀은 ‘레이디보이’라는 이유로 댄스대회에서 참가자격을 박탈당한 경험이 있었지만 가족들만큼은 자신들의 성적 정체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사연을 전했다.
성과 국적, 인종, 지역을 초월한 축제이자 대중참여형, 쌍방향 콘텐츠로서 K팝과 한류열풍의 가능성을 확인한 무대였다. ‘한국방문의 해 기념 K-POP 커버댄스 페스티벌’의 지역 본선대회가 러시아 모스크바, 브라질 상파울루, 미국 LA, 일본 도쿄에 이어 5번째로 태국 방콕에서 치러졌다. UCC 동영상을 통해 예선에 참가한 총 114개의 현지 팀 중에서 선발된 18개 팀이 총 4시간 동안 열띤 경연을 벌였다.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젊은 남녀들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트랜스젠더 그룹 2개 팀과 10~13세로 구성된 어린 소녀팀, 여성그룹의 춤을 커버(모사)한 남성팀, ‘얼짱’이라는 한국어 이름의 팀 등 이색적인 참가자들도 줄을 이었다.
사회를 맡은 개그우먼 김신영과 2PM을 비롯한 심사위원진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오리지널 그룹 이상의 프로페셔널한 춤실력과 다이내믹한 무대, 뛰어난 재해석을 보여줬다. 특히 2PM과 슈퍼주니어, 비스트, 샤이니, 빅뱅 등의 노래와 춤이 인기 테마였고 소녀시대, 에프엑스, 카라, 애프터스쿨, 2NE1의 커버댄스도 이어졌다. 참가팀들은 태국의 각종 커버댄스대회 출전과 입상 경력이 있는 이들로서 일부는 별도의 팬클럽을 몰고다닐 정도로 ‘한류’를 타고 태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경연에선 애프터스쿨의 ‘뱅’을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안무로 재해석한 남성 7인조 그룹 ‘넥스트 스쿨’이 우승해 유럽, 남미, 아시아 등 6개 지역 본선 우승팀과 함께 오는 10월 3일 경주에서 ‘한류드림콘서트’와 함께 치러지는 결선 초청장을 받아들었다. ‘넥스트 스쿨’은 치앙마이 지역의 학교에서 영화학, 관광학, 커뮤니케이션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로 1년전에 결성된 아마추어 K팝 동호회다. 리더인 아티 아타시 카니오스(23ㆍ라자만갈라대학 비즈니스영어전공)는 “K팝 댄스를 따라하면 마음이 행복해진다”며 “춤 뿐 아니라 노래도 10곡 이상 부를 줄 아는데, K팝을 잘하면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고, 팬들도 생긴다”며 한류의 인기를 전했다.
방콕=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