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백허그도 어울리는 사극
KBS2 수목극 ‘공주의 남자’의 멜로는 제대로 붙었다. 계유정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숨막히게 전개되는데다 비극적인 멜로까지 합쳐졌으니 거칠 게 없다. 정치멜로사극으로 완전히 탄력을 받았다.

사극에서 백허그(세령-승유)와 키스신(정종-경혜)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사극 ‘이산’에서 정조인 이서진이 가장 사랑했던 여인, 성송연 역의 한지민과 손만 잡아도 한지민의 얼굴은 발그스럼해지며 멜로는 불타올랐다. 이 정도로도 현대 멜로극에서 남녀의 노골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것 이상의 느낌을 만들어냈다.

백허그는 현대극에서도 잘못 사용되면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 민망해진다. 하지만 지난 15일 방송된 18회는 정말 필요했던 타이밍에 백허그와 키스신이 이뤄져 확실하게 시청자들의 감정을 이입하게 했다. 이들의 비통한 사랑은 보는 사람을 가슴 아프게 한다.

“스승님을 살리려면 아버님이 죽고 아버님을 살리려면 스승님이 죽습니다. 대체 저보고 어쩌란 말입니까”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 승유(박시후)에게 전하는 세령(문채원).

하지만 단호하게 세령의 부친인 수양을 죽이겠다며 나가려는 승유에게 다가가 백허그를 하며 “차라리 저와 함께 떠나십시오.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같이 살아요”라고 말했을때 시청자들은 절절한 세령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 어디든 수양의 세상이오”라고 뿌리치고 가버리는 승유를 보며 안타까움도 배가됐다. 아버지와 형님을 잃고 처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승유를 온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물론 승유는 떠나면서 세령의 볼을 손으로 한번 어루만져주는 걸 잊지않았다. 



이날은 정종(이민우)과 경혜공주(홍수현)의 멜로도 확실하게 잡혔다. 둘은 사랑하는 관계지만 모양새는 정종이 언감생심 경혜를 넘볼 상황은 아니었다. 공주에게 데릴사위로 온 부마였다. 정종은 분에 넘치는 상대인 경혜에게 포옹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양 제거 계획이라는 거사 전날 경혜는 정종을 처음으로 ‘서방님’이라고 부르며 반지를 끼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는 둘은 눈물의 아름다운 키스신을 선보였다. 경혜는 죽음을 각오한 정종에게 “꼭 살아돌아오십시오”라고 말했다. 정종이 경혜를 뒤에서 안아주는 백허그도 명장면이 됐다.

승유만 ‘공주의 남자’가 아니라 정종도 ‘공주의 남자’가 된 것이다. 정종을 포함한 수양 제거계획은 한명회(이희도)에게 발각돼 실패로 돌아가면서 승유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잡혀갔다. 정종과 경혜의 사랑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세령-승유 정종-경혜, 둘 다 비극적 멜로, 가혹한 순애보라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워하면서 보게 된다. 이들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는 어떻게 될 것인다. 이제 6회 남았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