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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회장도 탐낼 글로벌 멀티테크니션 키우겠다”
취임 한달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인터뷰
2006년 출범 짧은 역사 불구

실습위주 교육·높은 취업률

연간 학비도 250만원 수준

정부산하 고객 만족도 1위


창원-기계·구미-전기전자

캠퍼스별 선도학과 육성

양질의 취업지표 만들어

월별·분기별로 꾸준히 관리

한국폴리텍대학. 일반인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하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이 대학 캠퍼스에서는 연간 13만여명이 강의를 듣는다. 국내 최대의 전문대학인 것이다. 취임(8월 22일) 한 달도 채 안된 박종구(53)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을 ‘성급하게(?)’ 만났다.

특유의 적응력과 친화력 덕택일까. 2년간의 외유(?)를 마치고 정부 산하기관장으로 돌아온 그는 편안해 보였다. 1998년 개방형 직위 공모제를 통해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공공관리단장으로 인연을 맺기 시작한 공직생활이 10년간 이어진 덕분일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까지 지낸 고위 공무원으로서 국가적인 정책을 가시화한 경험이 전혀 녹슬지 않아 보였다. 물 만난 고기처럼 활기가 넘쳤다. 이미 그의 직업은 상아탑을 벗어나 국가 정책을 실행하는 목민관(牧民官)으로 바뀐 듯했다.

그는 “질 높은 교육을 통해 취약 계층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면서 “(이건희 삼성 회장 등) 대기업 회장도 군침 흘리는 중간 기술인력을 키워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민 세금은 혈세

-6대 이사장으로서 마음가짐은 어떤가.

▶한국폴리텍대학은 국민 세금으로 움직이는 기관이다. 세금은 피같은 돈이다.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위 공직자 출신이라는 사명감으로 조직에 조금 더 긴장감을 불어넣겠다. 좀더 빨리, 그리고 좀더 많이 움직이는 조직으로 만들겠다.

-지역 캠퍼스 방문 계획은 세웠나.

▶아무런 목적 없이 방문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는 28일 양질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취업점검회의’를 서울 강서 캠퍼스에서 진행한다. 이런 행사를 지방 캠퍼스별로 돌아가면서 개최하면 별도의 탐방을 갈음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사장이 주로 관리자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기획도 하고 현장에서 행사를 주제하는 등 발로 뛰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폴리텍의 장점은 무엇인가.

▶높은 취업률과 함께 실습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기업이나 과정 이수자의 반응이 좋다는 점이다. 폴리텍대학은 정부 산하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1위를 했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준 덕분이다. 학생의 연간 학비가 25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4년제 대학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런 까닭에 재학생 중에는 저소득층이 많다.

-조직 문제점은 파악했나.

▶학교 구성원은 성실하다. 조금 더 욕심을 갖고 빠르게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생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폴리텍대학은 하는 일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는 것이 당면 문제다. 2006년 출범해 역사가 길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전국 최상위권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인지도가 못미치고 있다.

#‘취업의 질’ 평가지표 구축

-폴리텍대학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 복안이 있나.

▶캠퍼스별로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지역 캠퍼스별로 대학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전국 단위의 홍보가 필요하다. 본부에서 챙길 것이다. 취임 이후 본부 기획팀장과 홍보팀장을 가장 빈번하게 만나고 있다. 학교를 알리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조직개편을 통해 운영국 소속의 홍보팀을 기관장 직속에 편성하고 홍보팀 인력도 보강할 계획이다. 나아가 전교직원의 홍보 마인드와 캠퍼스 홍보역량 강화를 위해 매월 홍보계획 및 실적을 별도로 관리할 생각이다. 취업의 질도 높아지면서 대학 인지도를 55%에서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

-취업률과 함께 취업의 질도 중요하지 않나.

▶지난해 졸업생 중에 411명이 연봉 3000만원 이상의 고임금을 받고 취업했다. 올해는 배 이상 늘어난 979명의 고액 연봉자를 배출했다. 향후 3년간 그 수를 1500명으로 늘리겠다. 이 같은 양질의 취업을 나타낼 수 있는 지표(Indicator)를 만들어 월별ㆍ분기별로 꾸준히 관리할 생각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478개의 지표를 바탕으로 뉴욕의 범죄를 줄였으며, 살기 좋은 도시로 바꾸었다.

#플래그십(flagship) 학과 추진

-선도학과를 키워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은 어떤가.

▶폴리텍대학은 캠퍼스별로 특성이 다양하다. ‘창원은 기계’ ‘구미는 전기전자’ 식으로 특화되어 있다. 그리고 내년 34개 캠퍼스가 완성된다. 다음으로는 캠퍼스별로 선도학과를 선별해 육성하는 ‘플래그십학과’를 만들려고 한다. 더불어 신성장동력학과와 융복합학과 등 3가지 흐름으로 학과 구조를 개편할 생각이다. 플래그십 학과와 함께 폴리텍대학 전체를 대표하는 학과도 육성할 생각이다.

-폴리텍이 양성하는 중간기술인력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주로 생산을 담당하는 중간 수준의 인력을 양성한다. 여기서 말하는 중간기술인력이란 제조업에 있어서 가장 필요하고 활동적인 인력을 말한다. 산업현장에 적합한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폴리텍대학의 기본 미션이다.

-혁신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요구가 많다.

▶중간 수준의 기술인력 양성을 중심으로 전공 심화 과정을 통해 풀어나가겠다. 맞춤훈련도 강화할 생각이다. 우리는 기업에서 취업된 사람을 재교육하는 재교육형 계약학과 기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기능인력의 다양한 자질이 필요하다.

▶폴리텍은 기본으로 2년제 과정으로 현장 중심의 교육을 진행한다. 2년 동안 108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4년제 대학이 120~140학점이니까 학습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캠퍼스 라이프는 즐기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학점을 줄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능 관련 교육뿐만 아니라 영어교육이나 교양교육도 중요하다. 그래야 관리자 수준의 업무를 소화할 수 있다. 기존 프로그램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인성교육과 영어교육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아버지가 공직자였던 박종구 이사장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인 ‘타관가구 목민지관 불가구야(他官可求牧民之官不可求也ㆍ다른 관직은 원하면 구할 수 있으나, 목민관의 직책은 구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그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마음가짐으로 폴리텍대학을 이끌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공정ㆍ투명성이 인사원칙

-폴리텍 지역대학장에 대한 보은인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대학장은 내외부 공모를 통해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후보선정위원회의 서류와 면접심사를 거쳐 자질과 전문성을 겸비한 전문가를 선발하고 있다. 얼마전에 이사장 공모 때도 면접에 참여해 외부전문가의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기 때문에 폴리텍의 인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공모 등 다양한 선임 절차를 통해 관련 분야 전문가가 선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학장 채용 시 정치적인 성향은 감안하지 않는가.

▶정치적인 성향은 당연히 보지 않는다. 후보자가 학장으로서 자격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만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한다. 내부 교수가 선임되는 경우도 있고, 관련 분야에 전문성 있는 외부인이 선임되는 경우도 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임한다는 것이 폴리텍의 기본 원칙이다.












#임기 중 세 가지 미션

-임기 동안 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것인가.

▶대학의 질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취약계층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우선 질적인 성장이다. 그동안 우리 대학은 취업률에만 너무 의존했다. 앞으로는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학과를 개편하고 3년제 심화 과정을 개설해 대학의 질을 높이겠다. 그리고 취업률보다는 양질의 일자리(Decent job) 창출에 집중하겠다.

그리고 폴리텍대학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이겠다. 임기 3년 동안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취업’ 하면 국민 누구나 ‘한국폴리텍대학’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

또 다문화가정, 탈북자, 베이비부머, 시니어 등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사회적으로 고졸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폴리텍은 어떤 전략을 펼칠 예정인가.

▶최근 정부에서도 학력 거품을 걷어내고 고졸 채용을 늘리기 위해 공무원 채용 시 고졸 출신 의무채용 비율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정말 능력 중심의 사회가 되어 무작정 대학에 진학하고 보는 풍조는 사라질 것이다. 이에 폴리텍대학의 일부 캠퍼스는 특성화 고등학교(마이스터고)와 협약을 맺고 취업을 위한 산업체 정보교환 및 위탁교육 프로그램 지원, 교원 상호 간 신기술ㆍ현장연수 지원 등의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능인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절하도 문제다.

▶나의 목표는 폴리텍을 선택한 이들에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고학력자를 위해 신성장동력 분야 특별직업훈련 과정을 만들어 중간 기술자 수준을 양성하겠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보석 같은 인재로 길러내 국민에게 기술의 가치와 땀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겠다.

박 이사장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번 능력 중심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기능인 경시 풍조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오는 21일부터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고용노동부와 함께 개최하는 ‘2011 미래직업박람회’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2025년 유망한 미래직업’을 소개하는 이번 행사에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사회지도층과 기업인의 특별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정리=박도제ㆍ신상윤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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