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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한류 성지 ‘명동’ 대변신…카페서 한국어 수업도
일본 도쿄의 코리안 타운으로 불리는 신오오쿠보(新大久保)가 서울의 번화가 명동으로 대변신하고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오오쿠보가 이전에는 한국인이나 한국통의 일본인이 방문하는 장소였지만 최근에는 10~20대 일본 여성과 아이를 대동한 가족단위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한류 드라마와 음악(K-pop) 등 한국 문화에 익숙한 일본 젊은 세대들이 이 지역을 한국 쇼핑의 중심가인 명동으로 변신시키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식당 1시간 대기는 기본=오오쿠보 거리(大久保通り)의 한류 아이돌 상품점은 젊은 일본 여성들로 북적인다. 한류 팬을 자처한 한 여중생(13)은 어머니와 함께 이른 아침 집을 나서 2시간이 걸려 신오오쿠보에 왔다. 그는 “테마파크 같은 분위기가 좋다”며 신오오쿠보를 칭찬했다. 회사원인 20대 여성 역시 “한국요리라면 코리안 타운인 신오오쿠보”라며 한달에 열두번 정도는 방문한다고 말했다.

신오오쿠보 거리에 있는 한류 아이돌 상품가게에서는 귀에 익은 K-pop이 쉴새없이 흘러나온다. 아이돌 기념품 가게에는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고, 인근 한식당에서는 1시간 대기하는 장사진도 눈에 띈다.

신문은 “신오오쿠보에서는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의 대표 구이과자 ‘호떡’을 손에 들고 쇼핑을 즐긴다”며 “신오오쿠보에 가면 마치 서울의 명동에 온 듯하다”고 전했다.

▶화장품ㆍ패션매장 오픈도=이곳에 젊은 일본 여성이 많은 것은 기존의 한류 아이돌 상품점이나 한식당을 넘어 카페, 화장품, 패션 등 새로운 한국 상품 매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케멘 대로(イケメン通り)’로 불리는 신오오쿠보의 작은 골목에는 수개월 전부터 신규 매장들이 잇달어 문을 열어 새로운 유행의 발상지가 되고 있다.

지난달 이곳에 한국 화장품 전문점인 ‘비진 코스메(VIJIN COSME)’를 연 마이바라 사에코 씨는 “미용팩 등을 사려는 손님들이 많다”며 “개업 이후 손님이 끊이지 않아 2호점까지 오픈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류 붐을 계기로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는 히라카와 메구미(48) 씨와 그의 두 딸은 최근 오오쿠보 방문 목적이 “한국의 패션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들은 “아직 매장 수가 적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수입한 옷을 살수 있어 좋다”며 매달 수차례씩 방문한다고 덧붙였다.

▶카페에선 한국어 수업=한류 카페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개점한 카페 ‘스페이스 K’에서는 커피나 케이크 뿐만 아니라 팥빙수, 홍초 등 한국 고유의 메뉴도 접할 수 있다.

경쟁점과 차별화하기 위해 ‘웨이터가 알려주는 한국어 수업 서비스’도 시작했다. 15분당 500엔(한화 약 7200원) 코스와 음료포함 1시간당 2000엔(약 28000원) 코스가 준비돼 있다. 신문은 좋아하는 한류 스타에게 한국어 편지를 쓰기위해 레슨을 받는 일본 여성들이 많다고 전했다.

‘스페이스 K’의 경영자 세키스케(29) 씨는 이 지역에서 보기 드문 일본인 사장이다. 그는 “일본에 유학온 한국인이 그대로 남아 창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작년부터 신오오쿠보를 찾는 손님이 점차 일본인으로 바뀌고 있는 점을 착안해 창업의 기회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신오오쿠보 고유문화는 숙제=신오오쿠보가 코리안타운으로 불리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일본에 유학온 김근희 사장이 한국 직수입 매장 ‘한국광장’을 열면서부터 인근에 한국인 상점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한일 월드컵이 공동 개최되고 드라마 ‘겨울연가’를 필두로 한 한류 붐이 시작됐다, 이어 2010년대에는 이같은 한류 열풍과 K-pop 인기가 계속되면서 신오오쿠보에 젊은 일본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신오오쿠보의 변신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광장’의 김 사장은 “신오오쿠보는 한국의 직수입품을 취급하고 있을 뿐, 신오오쿠보의 독자적인 문화를 발산하기까지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앞으로 새로운 소비자와 함께 신세대 경영자가 어떤 형태의 신오오쿠보 문화를 창조해낼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 <@clairebiz>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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