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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피고가 인정하지 않는 녹취록 증거능력 없어”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녹음한 내용을 옮긴 녹취록이라면 여기에 등장하는 당사자가 발언 내용을 인정하지 않을 때엔 이를 유죄 증거로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아들에게 폭행당한 A군의 병실에서“학교에 알아보니 원래 정신병이 있었다더라”고 말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고모(47)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개인이, 피고인이 아닌 사람과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증거로 쓰려면 테이프가 원본이거나 원본 내용 그대로의 사본이어야 하고, 진술자가 녹음된 내용이 자신의 발언 그대로 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이 유죄의 증거로 삼은 녹취록은 피해자의 어머니가 병문안 온 이웃 이모씨와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기초로 작성한 것인데, 원본 테이프는 제출되지 않았고 이씨 등은 법정에서 다른 말을 했다”며 “원심은 녹취록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고씨는 2009년 5월 A군의 병실에서 A군의 어머니에게 “원래 정신병이 있었다고 하더라”고 소리를 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병실에는 이씨, 고씨의 아들과 함께 A군을 폭행한 학생의 아버지 등이 있었다.

1심은 그러나 공소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명예훼손죄가 되려면 남이 들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는 데다 설사 들은 사람이 있더라도 전파 가능성이 없기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A군의 어머니가 “이씨가 ‘고씨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을 녹음한 것”이라며 내놓은 녹취록 등을 근거로 삼아 고씨가 A군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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