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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풍경: Emptiness’전 성곡미술관에서 열려...
황량함. 덧없음. 공허함. 소외된 인간 군상... 21세기를 표현하는 단어들은 한결같이 암울하다. 무차별적인 개방과 불균형된 발전의 노정이 야기한 인간을 둘러싼 풍광이 달가울만은 없다. 첨단과학의 시대, 물질만능의 시대, 개발의 시대를 살면서 만나고 경험하는 이러한 21세기의 전매특허 단어들을 몸으로 맞닥드릴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성곡미술관은 다음달 16일까지 ’21세기 풍경: Emptiness’전을 개최한다. 김기철, 김덕영, 김주리, 김태준, 김해진, 나현, 박성훈, 이정후, 이주형, 황지희 등 10명의 작가 작품 20점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그러나 단순히 21세기 현대사회의 물리적 풍경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회변동과 갈등요인에 대한 지성ㆍ비판적 관심이 베어 있는 심리적 풍경을 통해 원인과 해결 방안을 시각적으로 지적하고 모색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는 제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단적으로 말하면 황량함으로 가득찬 21세기 풍경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해진 작가의 ’버려진 풍경’을 봐도 그렇다. 2009년이 끝자락을 달려가던 어느 날 부산 대신동의 한 마을을 지나쳤던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와 나지막한 집들, 과일 파는 아저씨와 빨랫줄에 걸린 옷들이 바람에 여기저기 움직이는 평화롭던 동네는 그러나 얼마 후 재개발 논리에 밀려 황폐하게 버려졌다. 그는 "예전에 정겨운 마을의 추억들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마을과 함게 해온 나무와 전봇대들은 맥없이 쓰러져 있으며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아무 생명조차 살지 않을 것 같은 황폐한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며 웬지 모를 삭막감을 느꼈다고 했다. 항상 무언가에 조급하고 불안한 현대인의 모습을 무너진 건물과 버려진 풍경을 통해 허무한 삶과 그 속에 자신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무차별적으로 개방되면서 심화되는 불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불균형은 양극화로 이어지는데 계층 간 빈부·소득·교육격차, 노사·세대·여성문제 등이 그 예다. 아울러 지나친 무한경쟁 시대 속에서 발생하는 인간소외와 비인간화 현상은 사회통합을 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회구성원의 정체성과 가치관은 흔들린다. 혼란스러운 정체성과 가치관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비판적 사고를 위축시키거나 상실시키고 있다. 무분별하고 일반적인 개발 논리는 도시를 벗어나려는 ‘이도(移都)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시는 다음달 16일까지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문의는 (02)737-7650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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