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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빼앗긴 사람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ㆍ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석은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여유롭고 즐거워야할 추석이 부산사람들에게선 일제히 사라졌다. 이들은 소위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들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최근 부산저축은행 본사가 있는 부산 동구 초량동 일대는 살벌한 대치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이 사무실을 점거한지 4개월이 넘었으며 예금자들간 갈등까지 증폭되면서 몇차례 충돌위기를 빚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로 피해가 예상되는 초과 예금자(5천만원 이상)는 1만3373명으로 총 예금자의 10%에 달한다. 1인당 평균 607만원 수준의 초과예금을 보유 중이다. 이들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부산저축은행 본사를 점거하고, 예금 전액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사이 5천만원 이하 예금자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퇴직금 등 최소한의 여유자금을 예금하고 이자로 생활비를 보태왔던 노인층이 대부분으로 예금자 수는 11만7107명, 2조137억원으로 전체 예금자의 90%, 예금규모로는 전체액수의 61%에 해당된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생활비가 막막해진 예금자들은 비싼 이자를 감수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부산저축은행 5천이하 예금자모임’ 김미주 위원장은 “5000만 원 이상 예금자들로 구성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의 점거농성으로 부산저축은행의 실사나 매각절차가 진행되지 못해 법으로 보장된 5000만 원 이하 원리금을 못 받고 있다”면서 “법집행을 위해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해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액 예금자 상당수는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에 들어갔을 때 8월 말이면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가지급금을 찾지 않았으나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영업정지 기간을 다음 달 28일까지 연장하면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5천만원 초과 예금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 최태훈 부산지역장은 “예보가 5000만원 이하 예금자들의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매각에 대비해 자금 지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인데 갖은 핑계를 대면서 예금자들끼리 싸움을 붙이고 있다”며 “정부의 관리감독 실패가 여실히 드러난 마당에 예금자보호법을 적용해 5000만원만 보상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점거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부산저축은행과 부산항 바다를 두고 마주본 곳에서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94명이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무기한 농성을 펼치고 있다. 최근 노사간에 이번 사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벌써 6개월을 넘어선 투쟁으로 개인과 가정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진 상황이다.

다행히 한진중공업 노사 양측은 가능하면 추석 이전에 협상을 끝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당초 3년이었던 정리해고자 재고용 시한을 6개월 줄여 2년6개월로 제시했다. 회사가 정상화되면 무조건 94명을 재고용하고 정상화되지 못한다면 2년6개월 뒤 재고용한 뒤 무급휴직 발령을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측은 정리해고자를 먼저 복직시킨 뒤 노사협의를 거쳐 순환휴직 같은 탄력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병상련’ 부산시민들은 추석전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과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윤정희 기자 @cgnhee>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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