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기부천사 3人 “나눔이 행복한 삶의 비법이죠”
민족 최대명절 추석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척과 정을 나누는 자리는 늘 정겹고 행복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명절의 정(情)을 나누지 못하는 이웃들도 많다. 경제적 어려움 또는 건강 상의 문제로. 이런 소외 이웃을 나눔의 실천과 사랑의 마음으로 품는 기부천사들이 있다. 이들은 “남을 돕는 게 되레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추석을 맞아 기부천사 3인이 전하는 나눔 이야기를 들어봤다.

▶40년 나눔인생 이상차 할아버지, “기부는 여생 동안 지고가야 할 직업의식”=이상차(71)할아버지는 매달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 오십두개 가정에 쌀 10㎏을 보낸다. 매달 쌀 값으로만 100만원이 넘는 돈을 기부한다. 겨울에는 내복 등 속옷도 기부한다. 지난 해엔 무려 300벌의 내복을 기부했다. “내가 기부를 그만두면 누군간 당장 살 수 없을지 몰라. 그래서 멈출 수가 없어.” 이 할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그는 불우이웃 쌀 값과 지역 사회 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공동모금회) 등 모금단체를 통한 기부금까지 매년 평균 2000여만원에 달하는 돈을 이웃을 위해 쓰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이 할아버지가 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한 금액만 총 4600여만원이다.

이 할아버지는 “기부를 40여년 하다보니 이젠 의무가 돼버렸다. 마음 내킬 때 한번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매달 해야한다. 가끔 형편이 조금 어려워져도 멈출 수가 없다. 내가 보내는 쌀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전화가 온다”며 “내가 좀 아끼고 덜쓰더라도 계속 해나가야한다. 기부는 내 직업의식”이라고 말했다.

▶매달 30만원씩 5년 간 기부액 1000만원 넘어, 시각장애인 3명에게 희망 선사한 윤송희 사장=지하철 7호선 태릉입구역 인근에서 5년째 장어집을 운영하고 있는 윤송희(54)사장은 지난 5년간 세명의 시각장애인에게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작은 희망을 선물해왔다. “최소한 쌀이 떨어져 밥은 굶지 않기를”바라는 마음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세명의 시각장애인에게 각각 10만원씩 30만원을 정기기부하고 있다. 매달 30만원, 그 작은 실천이 모이다보니 어느덧 그가 기부한 돈은 1100만원이 훌쩍 넘었다. 

 사장이 본격적으로 기부를 시작한 것은 2006년께.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물수건 공장 사업을 접고 서울 공릉동에 위치한 장어가게를 인수하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였다. 하늘이 도왔는지 가게를 인수하자마자 매출이 뛰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저녁시간만 되면 가게 앞은 줄을 서있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기부를 실천해야겠다는 마음도 커졌다. 그는 “우리 동네에 사는 형편이 어려운 시각장애인을 돕기로 결정했다. 동사무소에 가서 이런 뜻을 전달했고 동사무소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연결해주셔서 기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윤 사장은 “나이 드신 분들 점심 챙겨드리는 봉사활동을 한 적도 있다. 기회가 되면 무료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어르신들이 한끼라도 따뜻한 밥을 드시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장병 앓는 어린 생명 3명 살린 이영건 에너지경영전략연구원장=2008년 6월. 이영건(53)씨는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유라시아 횡단길에 올랐다. 출발 전 그는 두장의 각서를 썼다. 하나는 ‘사막에서 죽더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무사히 돌아오면 심장병 어린이 한명을 후원하겠다는 각서였다. 두번째 각서는 고질적인 피부병으로 진료를 받던 담당 의사의 제안이었다. 사막에서 열과 땀이 나면 피부병이 악화된다며 횡단을 말리던 의사는 이씨가 고집을 꺾지 않자 그런 제안을 하게 된 것. 이씨는 “내가 살아 돌아오면 한 아이가 산다”는 마음으로 모래사막을 향해 달렸다. 

무사히 모든 일정을 마치고 두달만에 서울로 돌아왔다. 그는 곧바로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후원회에 전화를 했다. “아이 한명 살리는데 얼마입니까”라고 물었다. 1000만원이었다. 바로 입금을 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태어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신생아가 수혜자가 됐다. 그가 유라시아 사막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던 그 때 세상에 태어난 아이였다. 이 씨의 사무실 한편에는 아이의 100일 사진이 놓여있다. 사진 옆에는 “우리 수영이(가명)가 100일을 맞이했습니다. 새 생명을 선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는 편지가 놓여있다. 이씨는 “목표가 좌절될 때마다 수영이를 보면서 힘을 얻는다. 수영이를 계기로 기부를 통해 이제까지 3명의 심장병 어린이를 살렸다. 이 아이가 날 기부 중독자로 만들었다”며 웃어보였다.

이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이제껏 총 49차례에 걸쳐 2200만원을 기부했다. 서울대병원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를 살리는데도 앞장서고 있으며 아동보육시설 후원회장으로도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매년 기부금으로만 수천만원을 쓰고 있는 셈이다. 주유소를 운영하고 최근에는 에너지경영전략연구원을 세워 석유 유통과 관련한 연구에도 힘을 쏟느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지만 그는 앞으로도 기부를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그는 60살 이후엔 이동목욕차를 운전하며 전국 방방곳곳에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며 살 계획이다. 이씨는 “1톤 트럭을 한 대 구입해 목욕 시설을 만들어 산간벽지나 불우 이웃을 찾아다니며 목욕을 시켜주고 싶다. 지방의 일부 소외된 지역에는 목욕 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렇게 방랑객처럼 전국을 누비며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