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중국서는 못 본 한국 봉사활동에 감동, 김숙자 재한동포연합총회 회장
성공의 비결로 다른 이들의 덕(德)을 자신의 재주보다 먼저 꼽는 사람들이 있다. 김숙자(56ㆍ여)씨도 같은 부류다. 중국동포(조선족)인 김 씨는 한국에서 5개 식당을 운영하며 3800여명 규모의 재한동포연합총회 회장을 맡고 있는 여장부다. 그는 "여기까지 온 것도 다른 이들 덕"이라며 "받은 만큼 베풀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김씨는 자신이 설립한 재한동포연합총회를 통해 처지가 어려운 중국동포들을 돕고 있다. 지난해 부터 단기종합비자(C-3)로 입국하는 동포들이 늘어나며 연고없이 한국땅을 헤매는 이들도 많아지자 쉼터를 만들어 갈 곳 없는 동포들에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구로동에 소재한 쉼터에는 약 48명의 인원이 수용 가능하다.

"당장 잘 곳이 없다는 손님에게 ’오늘밤만 우리 식당에서 묵으시라’했던게 시작이었어요" 김씨는 자신의 냉면집에 "최대 17명까지 재워봤다"고 말했다. 점점 숙식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아예 쉼터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14년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그도 비슷한 처지였다. 보증금 50만원이 없어 헤매고 있을 때 한 한국인이 보증금을 내줬다. 이때 가졌던 짙은 감사의 마음이 ’베품는 삶’이란 철학의 초석이 됐다.

"사는게 넉넉한 분도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옆집 할머니에게 쌀을 갖다 주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한국에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지며 김씨는 이러한 ’대단한’ 모습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봉사활동에 감동을 받았어요. 중국에서는 그러한 활동이 국가의 역할이라고만 생각하거든요" 이때부터 그는 "나도 성공하면 더 베풀며 살리라"고 결심했다.

다행히 운도 따라줬다. 2005년 처음 개장했던 냉면 식당이 잘되며 해마다 분점을 1개씩 더 냈다. 사업이 자리를 잡자 보다 조직적으로 동포들을 돕기 위해 재한동포연합총회를 꾸렸다. 2008년 발족 당시 300여명이었던 회원은 현재 3800여명으로 늘어났다.

재한동포연합총회에서 주력하는 사업은 쉼터와 경로당, 무료 법률 상담, 동포 교육 등이다. 경로당은 한국인 노인들과 식생활과 놀이문화가 달라 어울리지 못하는 동포 노인들을 위해 마련했다. 한국말이 서툴거나 금전이 부족한 동포들을 위해 통역이나 법률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에 대한 역사와 상식을 배우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같은 사업은 대부분 김씨의 사비로 운영된다. 지금까지 총회에 들인 돈만 1억이 훌쩍 넘는다. 그는 "자식들은 가끔 ’당신 돈 들여가며 뭐하시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한다"며 "그럴 땐 ’지금은 이해 못해도 내 죽은 뒤에 무덤에 꽃다발 하나 더 있으면 그래도 엄마가 참 인정있게 살다 가셨구나 싶을거야’며 웃지요"고 말했다.

김씨의 현재 꿈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방황하는 동포들을 위한 ’문화쉼터’를 만드는 일이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