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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만 ‘反기업’ 역주행?
외국은 기업 氣살리기 올인하는데
중국 등 법인세 감세추세

한국은 되레 감세철회 대조적

투자 발목 해외탈출 부추겨


서울 재보선·내년총선 겨냥

부자와 대기업 동일시

재계 “전형적 표퓰리즘” 발끈


‘악의 축(Axis of Evil)’.

섬뜩한 이 말의 특허권자는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2002년 신년 연설에서 북한, 이라크, 이란을 이 단어로 규정하면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부시의 전유물로 알았던 ‘악의 축’이 2011년 대한민국에서 떠올려지는 것은 왜일까.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확정하면서 법인세 인하 철회, 임시투자세액(임투세) 공제제도 폐지,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의 방안을 새로 내놓았다. 부자 감세에 대한 찬반 여론을 고려해 여당과 정부가 장고(長考)를 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코앞에 닥친 재보선과 내년 총선 및 대선을 의식한 ‘표(票)퓰리즘’ 냄새가 진동한다.

부자와 대기업을 동일시해 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면 표가 떨어져나간다는 생각, 가진 사람들을 옥죌수록 국민의 열광적 지지와 함께 제 잇속까지 챙길 수 있다는 낡은 정치적 셈법이 이번 세법개정안에 온통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철석같이 약속했던 감세(減稅)도 하루아침에 헌신짝 버리듯 팽개쳐졌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독소조항이 탄생하게 됐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관련기사 6·15면

대기업의 한 임원은 “대기업을 죄악시하는 정치권, 정부의 표퓰리즘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재계가 표퓰리즘에 진 것”이라며 한숨이다. “우리가 왜 ‘악의 축’으로 몰려야 하느냐”며 항변하기도 한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더라도 ‘역주행’이라는 비판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기업경쟁력을 살려줘 하나라도 더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를 살리려 매달리고 있는 판에, 유독 우리만 기업을 적대시하고 기업경쟁력을 되레 갉아먹는 손실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표 하나 하나에만 목숨을 거는 정치권, 기득권을 좀 더 연장하려는 당정과 청와대의 엉뚱한 헛발질이 기업인의 사기를 진작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업가정신을 말살하는 역행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대한민국 경제정책, 기업정책은 온통 거꾸로 가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인 법인세 추가 인하 움직임과 정반대로 가는 감세 철회와 신규 규제가 대표적이다. 선진국은 고사하고 심지어는 중국조차도 우리보다 더 많은 25%의 법인세 인하 조치를 시행 중이고, 추가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시장경제 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0년 전이든 50년 전이든 통용되는 원리가 있는데, 바로 불황 땐 유효수요를 살려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갑자기 수요가 늘지 않으니 세금도 깎아주고 금리도 낮춰주고 하는 것인데, 우리만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법률적으로도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사안인데, 기업 얘기는 듣지고 않고 탁상행정을 통해 결정한 구태의 중복과세”라고 강조했다. 결국 기업을 ‘악의 축’으로 규정, 희생양을 만들려는 정치권과 그것을 핑계로 은근슬쩍 기업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정부나 청와대의 ‘교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직설적 비판도 나온다.

재계의 배신감은 대단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솔직히 법인세 인하와 임투세 연장, 둘 중 하나는 기업을 위해 해줄 줄 알았다”며 “비즈니스 프렌들리 실종 여부를 떠나 재계 불신이 극에 달한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은 국가경쟁력의 초석이며, 기업을 제대로 지원해줘야 나라도 산다는 ‘기본 경제학’이 인정되지 않는 한, ‘기업의 위기’는 해소되지 못한다.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정부가 방조하고 부채질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부자는 탈세를 일삼고 대기업은 하청업체를 종 부리듯 하며 착취만 한다는 의뭉스러운 시선을 접고, 정부와 정치권이 건전한 부(富)와 기업활동의 후원자로 거듭나야 한다.

멀리 볼 것 없이 당장 당정, 청와대는 최소한 자기 노력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기업인들, 이들은 ‘선(善)의 축’임을 받아들여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꿈틀대고 있는 ‘2011 세법개정안’ 분란의 해결점이 여기에 있어 보인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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