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日→스위스→노르웨이ㆍ영국?…지구촌 환율전쟁 재연되나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의 발언이 현실화되는 것인가.

지난해 ‘환율전쟁’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한 만테가 장관이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밝힌 “환율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발언이 그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이 6일 스위스프랑의 초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고정환율제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차 환율전쟁 초읽기?=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스위스의 조치가 지난해 말 세계 각국이 자국의 수출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린 환율전쟁을 떠올리게 한다”며 “세계 금융시장이 만테가 장관의 발언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의 ‘핵폭탄’급 환율방어 조치는 유로 위기로 인해 자국 통화가 스위스처럼 강세를 보여온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및 싱가포르는 물론 영국까지도 독자적인 환율 방어에 나설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FT는 지난주 브라질이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내린 것을 상기시키면서 노르웨이중앙은행 역시 크로나화 강세 저지를 위해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브룸 HSBC 통화 분석가는 “SNB의 발표는 일본 환시개입의 결과”라면서 “일본에 이은 스위스의 초강수가 각국 중앙은행의 자국 통화가치 절하를 움직임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급격한 엔고를 막기 위해 최근 대규모 환시장 개입과 추가 금융완화정책을 단행했다. 지난달 4일에는 단독으로 4조5129억엔을 투입해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나섰고, 일본은행은 시중에 자금을 풀기 위해 자산매입기금 총액을 10조엔 늘렸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재무성은 지난달 24일 수출기업 지원을 골자로 한 10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비상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아즈미 준 신임 재무상 역시 “이번 주말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엔고 시정의 필요성을 제안할 방침”이라며 엔고 저지를 위해 단호한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스위스 처방 약발은 ‘글쎄’=시장 관계자들은 스위스의 극약 처방 약발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픽테트 은행의 버나드 램버트 애널리스트는 AFP에 “특히 유로 위기로 인해 지난 며칠 스위스 프랑 가치가 급등한 것”이라면서 “SNB의 환율 안정 의지를 시장이 확신해야만 그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SNB가 유로화를 엄청나게 사들여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줄리어스 베어 은행 애널리스트도 “SNB가 하루 800억-1천억스위스프랑(665억-831억유로 상당)을 써야할 것”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일주일을 개입하면 스위스 국내총생산(GDP)보다 더 많은 규모가 된다”고 지적했다.

FT 역시 이번 스위스의 개입은 ECB와는 무관한 단독 개입이며, 스위스 경제를 위협해온 디플레 우려도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데다가 과거에도 환율에 버겁게 개입했다가 ‘실탄’만 소진하고 실패했던 적이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환율전쟁 재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왔다. 유리 다듀시 카네기연구소의 인터네셔널 이코노믹스 주임은 “스위스는 유로존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다”며 “이번 스위스의 조치는 특별한 경우”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머징마켓의 자본 흐름 변동성도 적을 것이고, 전면적인 환율전쟁에 대한 전망도 전보다 약하다”고 밝혔다.

그는 “유로 위기와 미국의 3차 양적완화에 대한 정치적 반대가 심한 상황에서 달러화의 급격한 약세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다 중국에서는 높은 인플레로 위안화 절상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런 모든 정황은 작년에 극에 달했던 중국과 미국의 긴장감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이 엔고 저지에 총력을 다한다해도 스위스와 같은 페그제 도입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하루 거래량이 4조달러에 달하는 엔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데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일본이 스위스처럼 환율 하한선을 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