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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회사, 채권추심 명목 올들어서만 채무자 7만6000명 보험료 빼갔다
금융회사들이 올들어 7월까지 빚을 갚지 못한 대출자 7만6076명의 보험계약을 압류·해지해 보험료를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증가한 것이다. 금융회사별로는 대부업체가 4만64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용카드사 1만8569명, 저축은행 9123명, 보험사 6534명, 은행 1200명 순으로 많았다.

법으로 허용한 채권추심 행위이지만 “비정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보험가입자가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보험회사와 제 2 금융권의 보험해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보장성 보험 압류·해지 폭증=대출자의 보험계약 압류 해지가 올들어 급증한 것은 보장성 보험에 대한 압류·해지를 금지하는 관련 법(민사집행법) 개정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7월6일 시행되는 것으로 확정되자, 각 금융회사가 법 시행에 앞서 보험계약 압류·해지를 늘린 때문으로 보인다. 대부업체에 의해 보험계약을 압류· 해지당한 대출자는 지난 해 상반기 1만5213명에서 올 상반기 3만7985명으로 무려 149.7%나 증가했다. 카드사도 작년 상반기 9459명에서 올 상반기 1만7550명으로 85.5%나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연체자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보장성 보험에 대한 압류·해지가 가능한 시점에 보험계약을 대거 해지시킨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7월6일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 닷새 동안 2373명의 보험계약이 압류·해지됐다. 이는 7월 한 달 압류·해지된 4522명의 52.5%에 달하는 것이다.

보험 압류·해지가 많아진 또 다른 이유중 하나는 보험사들의 손익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전문가는 “대출 연체자는 상해·질병이 잦아 예상사고율(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확률)이 높다”며 “보험사로서는 연체자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해서 손해볼 이유가 없다”고 귀뜸했다.

▶비정한 채권추심=상해·질병 치료비 등을 보장하는 보장성 보험은 중도 해지할 경우 해약환급금이 적고, 앞으로 아프거나 다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 채권확보에 별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계약자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단 50만원의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자가 4년간 1000만원이 넘게 보험료를 낸 보장성 보험을 압류·해지하고 있다.

피해사례를 보면 대출자 A씨는 2006년 종신보험에 가입해 5년여 동안 1170만원의 보험료를 냈지만, 빚을 갚지 못한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이 압류·해지됐다. A씨의 보험계약을 해지한 대부업체가 챙긴 해약환급금은 고작 50만원이다. B씨는 암보험에 가입해 145만원을 납입했지만 자투리 빚 3만7000만원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 카드사가 이 보험을 압류함으로써 10여년간 유지했던 보험계약을 강제 해지 당했다.

▶“정당한 권리행사” 구제방법이 없다=물론 금융회사도 할 말은 있다. 연체율이 높은 저신용자 대출이 많다 보니 이런 저런 사정을 봐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오죽했으면 보험계약을 압류했겠냐”며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많아 보험계약까지 손을 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자선단체는 아니지 않느냐”면서 “채권자로서 당연한 권리행사”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안타깝지만 법으로 허용한 채권행사를 막을 길이 없고,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최근 각 보험사에 보장성 보험의 압류·해지에 응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최근 보험업계를 실무책임자들을 불러 앞으로는 보장성 보험계약의 압류·해지가 이뤄지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했으며 저축성보험에 대한 압류·해지 위험을 낮추기 위해 대출자에 대한 사전 통지를 강화하도록 주문했다.

<윤재섭 기자/ @JSYUN10>’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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