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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한전 사장 손배소 청구소송을 지켜보며
주주에 소송당한 한전 사장

개인 책임으로 볼 수 없어

한전 적자는 낮은 전기요금

결정권 가진 정부가 풀어야





2011년 8월, 한전 소액주주 14명은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한전이 2조8000여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한전 김쌍수 사장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주식회사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자본을 모으는 데 가장 일반적인 기업 형태로, 주주(株主)는 매매가 자유로운 보유 주식의 인수가액을 한도로 출자의무를 부담하는 유한책임을 진다. 주주는 비록 ‘유한’ 책임을 지지만 경영자를 통해 회사 가치 극대화를 꾀하며 주가와 배당으로 이익을 얻고자 한다.

경영진의 결정이 회사의 이익에 어긋날 경우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상법은 ‘주주 대표소송(derivative suit) 제도’를 두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주주는 회사를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소액주주의 손배 청구소송은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인 한전 사장을 상대로 한 점에서 이례적이다.

한전은 UAE 원전 수주 등 해외에서 괄목할 만한 쾌거를 거두었다. 그러나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적기 반영하지 못해 2008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주주배당조차 못했다. 주주들의 입장은 이해되나 한전의 적자문제가 과연 개인의 역량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전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복잡한 전기요금 조정절차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한전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인상안을 결정해 인가를 신청하면 지식경제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인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사전에 지경부와 재정부 간 협의를 통해 인상률을 결정하므로 사실상 요금결정권은 정부에 있다.

따라서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 물가를 최우선시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전 적자는 공급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적기 반영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이런 요금결정 체계에서 요금결정권이 없는 CEO 개인에게 적자발생의 모든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 실제로 김 사장은 2008년 취임 이후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했고 발전, 송·배전 부문 효율화 등 내부 효율 증진을 통해 매년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는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연료비 증가분을 모두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올 8월 전기요금을 4.9% 인상했지만 이 역시 공급원가의 90% 수준에 불과하다.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시행된 정부의 전기요금 저가격정책은 결국 에너지원 간 가격체계를 왜곡했고, 이는 마치 부메랑처럼 에너지의 비효율적 대체소비(석유ㆍ가스→전력)를 초래했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고급 에너지인 전기를 낭비적으로 소비해 국가 에너지효율을 떨어뜨리는 현실은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손배 청구소송을 계기로 정부는 전기요금 저가격정책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공기업이 정부만의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에너지가격 왜곡과 비효율적 대체소비에 따른 비용증가분은 결국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소비자의 부담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난점을 해소하려면 관련 법령에 따라 적정수준의 전기요금 현실화와 합리적인 요금결정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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