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으면서 대기업들이 속속 MRO 사업을 포기하는 가운데, 오히려 MRO를 통해 중소기업과의 ‘상생(相生)’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대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포스코가 그 주인공이다.
포스코그룹의 MRO 계열사인 엔투비의 수장 박종식 대표이사는 “MRO 사업이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지만, MRO 사업의 순기능이나 장점 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금처럼 대기업의 MRO 계열사가 많아진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라며 “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하면서 구매원가 절감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소모성 물품을 통합 구매하면 ‘규모의 경제’ 원리에 따라 구입 비용이 낮아져 구매 원가가 절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MRO에 납품을 하면 유통 판로를 따로 개척할 필요가 없는데다 대금 회수 리스크가 크게 줄어든다”며 “MRO 사업은 잘 운용만 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하지만 일부 MRO 업체들의 영업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MRO 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고,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을 만든 것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MRO 업체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나 임직원을 위해 업체를 상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업체를 상장하려면 외형을 키우고 수익을 내야 한다”며 “이는 결국 납품 단가를 깎아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MRO 사업을 포기하거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공생(共生) 발전’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박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 MRO 계열사는 그 회사 하나만으로도 대기업이 될 만큼 규모가 커져 중소기업에 매각하기 힘들 것”이라며 “중소기업중앙회도 홈쇼핑이나 제4이동통신 사업 등으로 인해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기업 MRO 계열사의 사회적 기업 전환에 대해서도 “사회적 기업은 직원의 30%를 취약계층에서 뽑아야 하는데, 이는 거꾸로 말하면 직원들을 30% 자르고 새 직원을 뽑던가 아니면 적자를 보더라도 30%의 직원을 추가로 뽑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기업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사회적 기업은 수익의 3분의 1을 사회를 위해 써야 하는데 이 역시 수익을 내야하기 때문에 납품 단가를 깎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포스코는 MRO 사업의 장점을 살리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낸 것이 바로 ‘MRO 사업은 유지하되 영업이익률을 ‘제로’로 간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엔투비는 가급적 납품 가격을 깎지 않으면서, 구매업체들에게만 2~2.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거래 역시 계열사와 1차 협력사만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업이익률을 가급적 줄여 납품업체들과 혜택을 나누는 게 엔투비의 목표”라며 “상반기 0.26%였던 영업이익률을 지난 6월 사업계획을 수정해 올 연말 0.14%로 낮췄다”고 덧붙였다.
<신소연 기자@shin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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