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중국이 긴축정책을 펴면서 섬유산업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국내 중소섬유업체들이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특히 원가를 내리면서 성능을 높이는 에코섬유 기술을 도입해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친환경 소재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하락하는 면사 가격에 글로벌 악재 겹친 섬유시장= 국내에서 생산되는 일반 면사 가격은 지난해 8월 이후 급등하다 올 3월 기점으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23일 대한방직협회에 따르면 코마(CM)사 20수 기준으로 지난해 9월 고리(면사 단위)당 가격이 670달러에서 올 3월 1200달러까지 오르다 지난달 700달러로 떨어졌다. 30수ㆍ40수 역시 올 3월 1230달러ㆍ1330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각각 720ㆍ820달러로 내려갔다.
이는 국제 원면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면사 가격이 동반 깎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수요가 더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수요 둔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6월 면사 생산은 전월 대비 5.4%, 전년 동월 대비로는 9.4% 줄어들었고, 6월 수출 단가도 전달보다 ㎏당 0.7달러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섬유시장 내부적으로 약세로 접어드는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 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6월 금액기준 미국과 중국의 수출비중은 각각 11.9%, 25.9%로 두 나라를 합치면 40%에 가까운 규모다. 하지만 미국은 신용등급 하락 후 더블딥이 유력시되고 있고, 중국은 ‘차이나플레이션’ 우려 속에 기준금리ㆍ지급준비율 인상 등 긴축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우리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에코소재 단점 극복한 신제품들 잇따라 출시= 이렇듯 안팎으로 섬유시장이 불안정해지자 국내 중소업체들이 친환경 소재, 이른바 에코섬유 개발로 해법 마련에 나섰다.
그 중에서도 유기농 면사는 목화에 농약, 살충제 등을 뿌리지 않아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일반 면사에 비해 단가도 높아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유기농 면사의 가격은 4월 기준 CM20이 1500달러로 이는 일반면사에 비해 500달러 가량 높다.
하지만 에코섬유는 그동안 원가를 낮추기가 어렵고, 고급 소재라 용도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에 섬유업체들은 기존의 제조 공법을 변형시키거나 새로운 물질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에코섬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유닉디자인은 우유섬유에 실크와 모달을 합섬해 부드럽고 발습력이 뛰어난데다 물세탁까지 가능한 신제품<사진>을 출시했다. 기존의 우유섬유는 감촉에 비해 원가가 비싸 대기업들도 니트 개발에 애를 먹었던 아이템이었다. 또 실크 역시 취급에 주의를 요해 세탁이 까다로운 약점이 있었으나 이를 개선했다.
유닉디자인 관계자는 “에코섬유는 단일 제품으론 단점이 분명히 있지만, 이들을 섞으면 상쇄효과가 발생한다. 우유섬유와 실크를 합섬하자 원가는 30~40% 줄어들었고, 일반섬유 다루듯 물세탁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에이치아이는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원사를 이용해 가벼운 메모리 원단을 선보였다. 천연소재로 피부자극이 적고, 50데니어로 경량화 한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케이준컴퍼니는 폴리에스테르에 유기농면사를 더한 등산복을, 제이케이패브릭은 대나무를 소재로 활용한 원단 60여 종을 개발하며 저마다의 차별화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