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대비 35.1% 불구
5대 공기업 빚 200兆 육박
지자체 부채도 통계 미포함
빠른 고령화에 생산력 저하
세수감소·복지지출 부메랑
日재정위기 반면교사 삼아야
나라가 진 빚.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35.1%. 미국 99.5%, 유로존(평균) 87.3%, 일본 229%.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에 비례해 세금이 걷히는 만큼의 비율이다.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빚 관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가 공식 발표한 이 비율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우등국인 셈이다.
하지만 통계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통계작성의 방법과 기준은 더욱 중요하다. 국가채무도 마찬가지다. 나라별 현실과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부채통계는 공기업 채무와 지자체 부채 등이 빠져 정부가 지고 있는 빚의 정확한 실상과는 거리가 있다. 생각보다 정부의 빚은 상당히 크고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특히 4대강 사업(수자원공사)이나 보금자리주택사업(LH공사) 등은 사실상 국채사업 시행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이들 기관의 부채는 국가채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게다가 공기업의 부채증가속도는 더욱 문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LH공사,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5대 공기업의 지난해 말 부채총액은 199조9000억원에 달한다. 2006년 88조8000억원에서 불과 4년 만에 2.25배나 급증했다.
장기적으론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 속도가 주요한 위험요인으로 지적된다. 인구구조의 급속한 고령화는 당장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노동력이 저하되고, 저축률이 떨어져 투자가 위축되고 생산적 자본축적의 감소를 불러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킨다. 통계청의 2006년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 총인구의 73.4%인 3619만명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어 2020년에는 3550만6000명(72.0%), 2050년에는 2242만4000명(53.0%)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IMF에 따르면 고령인구 비중이 1% 오르면 1인당 GDP가 0.04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OECD는 고령화로 인해 향후 50년간 GDP증가율이 매년 0.25~0.7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최악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일본의 국가채무 비율은 1970년 10%대에서 2010년 199%까지 증가했다. 주된 원인은 고령화에 따른 복지비 지출과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였다. 복지 원년이라 불리는 1973년 일본정부는 연금지급액을 대폭 인상했다. 복지지출 증가의 부메랑은 약 20년 뒤에 찾아왔다. 1990년 고령자 인구가 1970년의 두 배로 늘어나면서 복지비 지출 쓰나미는 일본사회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또 향후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맬 것인지도 문제다. 일본의 경우 1992∼2000년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집중적으로 쏟아진 경기부양책으로 채무가 급증했다.
지난 2008년 하반기 우리나라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상 최대인 28조4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물론 이 같은 정부 주도의 재정투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동시에 막대한 재정지출로 2009년 말 재정적자가 43조2000억원으로 확대됐고,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4.1%로 급등하는 등 어려운 재정상황을 겪은 전례가 있다. 이 같은 정부채무 증가는 지금까지도 정부 재정운용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당초 2013년에 재정적자 규모를 6조2000억원으로 줄이고 2014년에 2조7000억원의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밝혔듯 이 같은 재정균형의 시기를 2013년으로 1년 앞당기겠다는 복안이다.
또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요구가 점증하는 것도 우리가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다. 특히 내년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회발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등 돌발적인 지출 요인이 적지 않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특히 복지지출은 한번 시작하면 이를 끊거나 줄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지출계획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지웅 기자@dolbb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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