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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고비마다 승부수…오세훈 배수진 또 통할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비장한 약속과 함께 그는 “지속 가능한 복지와 참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 데 한 알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해도 더 이상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본인 정치생명을 담보로 배수진을 친 셈이다.

오 시장은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로 화려하게 정치무대를 밟았지만, 고비마다 극단의 승부를 펼친 인물이다. 보수적 한나라당에서 개인의 정치인생을 걸며 당의 개혁을 주도했다.

그는 2000년 16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 남경필·원희룡 등 소장파 의원과 함께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치자금법을 통과시키며 당시 ‘차떼기당’으로 불리던 한나라당 쇄신 개혁의 구심 역할을 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며 200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일로 잠시 정치활동을 접었지만 그는 2006년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 당시 여당 강자였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의 참패 속에서도 그는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최초의 재선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며 그는 대권을 위해 중도하차하지 않고 끝까지 시정을 맡겠다는 약속도 했다.

10여년 정치인생에서 그가 던진 승부수는 지지율 떨어지는 당을 떠받치고 선거에서 승리하는 밑거름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자신을 던지고 당을 먼저 생각하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에 대해 그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그러던 그가 이번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발의하고, 주민투표의 승리를 위해 시장직까지 내놓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투표율 33.3%를 채우기 위한 긴박한 사정이 있었고, 진정성을 호소해야만 했다.

하지만 오 시장의 이번 선택을 무모한 도박이라고 폄하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당내는 물론 야권에서는 과연 오 시장이 포퓰리즘에 맞설 보수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지지율 40%가 넘는 유력 대권주자가 따로 있는데다, 친박과 소장파 의원은 개인의 도박에 왜 당이 판돈을 올인해야 하느냐며 못내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고 있다. 오 시장이 이번 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정부 여당의 국정운영 차질은 물론 내년 총ㆍ대선까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틀 뒤 오 시장이 승리의 영광을 당과 함께 누릴지, 아니면 당과 함께 패배의 쓴잔을 들이킬지 지켜볼 일이다.

박정민 기자/boh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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