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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년만에 재벌 총수 세웠지만…
18일, 오랜 기다림 끝에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국회 청문회 자리에 섰다. 착잡한 표정의 대기업 총수는 그렇게 청문회 내내 고개를 떨어뜨리고만 있었다.
대기업 총수가 국회 청문회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7년 4월 한보사건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정태수 한보 회장이 불법 로비와 비자금 조성을 이유로 청문회에 출석한 바 있다.
미국 의회에서도 국가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사안에 대해서는 재벌 총수가 청문회에 직접 나선다.
청문회는 아니지만 우리 국회에서도 대기업 총수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지난 17일에는 지식경제위원회가 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한 경제단체장 4명이 참석했다. 국회의 부름에 대기업 총수가 선뜻 응하기는 쉽지 않다. 사태의 총책임자로서 공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렵게 국민 앞에 재계 총수를 세웠으면 의원들은 철저한 자료 수집과 평가를 바탕으로 관련 현안들의 정확한 실상을 파헤치고 의견을 듣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15년 만에 대기업 총수를 청문회에 세운 의원들은 돌출 언행과 활극에 가까운 정치쇼로 일관하고 말았다. 잘잘못에 대한 추궁은 약과였다. 목소리가 작다고 혼내고,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고 혼냈다. 대기업 총수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트집의 대상이 됐다.
심지어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유명을 달리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사진을 보이며 “이분들은 증인이 죽인 사람들입니다”라고 조 회장을 살인자로 몰아세웠다.
이날 청문회 역시 그토록 여야가 강조해온 ‘정쟁 없는’ 국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에 대한 모색이 강조되면서 한층 높아진 국회의 권한과 권위는 실감한다. 그러나 국민의 뜻을 배경으로 행정부와 경제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인 청문회를 국회가 제대로 활용했는지를 생각하면 뒷맛이 씁쓸하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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