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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이익의 절반을 배당하는 금융지주의 배당성향 도마위 올랐다
시중은행을 주력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회사들이 많게는 이익의 절반 가량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등 일반 상장사의 평균을 웃도는 고배당을 실시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공적기능의 금융회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면 고액 배당보다는 자기자본을 확충해 금융위기에 대비하고 성장잠재력을 키워나가야한다는 비판 여론이 뜨겁다.

17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회사의 배당성향은 최고 46%로, 일반 상장사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에서 현금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 수치가 클수록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커진다.

4개 금융지주사의 지난 해 배당금(보통주 기준·중간배당 포함)은 7448억원으로, △신한지주 3556억원 △우리금융 2015억원 △ 하나금융지주1465억원 △ KB금융 411억원 순으로 배당금이 많았다.

하지만 회사별 배당성향은 △ KB금융(46.61%) △ 신한지주(24.62%) △우리금융 (16.86%) 순으로, 이들 3개 금융지주회사의 배당성향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16.25%)을 웃돌았다. 하나금융지주는 14.50%로, 유일하게 평균치를 하회했다.

배당성향이 평균보다 높은 금융지주사 3곳은 배당금 증가율이 순이익 증가율 보다 컸다. 이익이 불어난 비율 이상으로 배당금을 늘렸다는 얘기다. KB금융은 지난 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83.64% 감소했지만, 배당금은 47.83% 줄이는데 그쳤다. 우리금융은 순익이 16.47% 증가했으나 배당금은 150.0%나 늘렸다. 신한지주도 순이익이 82.29% 늘었지만 배당금은 87.5% 증가했다.

금융지주사의 고배당은 외국인주주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외국인 지분비율 21.8%)을 제외하면 신한금융(61.29%), KB금융(63.32%), 하나금융(65.57%) 모두 외국인지분이 60%를 넘는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돼 외국인투자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만큼 주주들을 내국인, 외국인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지만 문제는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가 재발해 금융회사들이 부실에 빠지면 외국인주주들이 과연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책임있는 주주로서 의무를 다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배당을 실시하는 것 자체에 문제를 삼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규모의 배당인가에 대한 지적”이라며 “전문경영인들이 당장의 성과주의에 매몰돼 주주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증시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외환은행이 자기자본을 확충해 경쟁력을 키우는 대신 대주주 론스타에 수년간 고액배당을 실시하면서 최근 증시에서 홀대받고 있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주가는 올초까지만 해도 1만원을 웃돌았지만 고액배당 문제가 불거지면서 8000원대로 주저앉았고, 주가순자산비율도(PBR)도 은행권 최저 수준인 0.6배에 그치고 있다.

한편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금융지주사의 고배당 관행을 문제삼은 것에 대해 일부 지주회사 회장이 반발해 이목이 쏠린다. 권 원장은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 금융지주사의 고배당 추진은 문제가 많다”고 운을 뗀 뒤 “2013년부터 새로운 자본규제인 ‘바젤Ⅲ’가 도입돼 최소 자기자본비율이 8%에서 10.5%로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감안해 고액배당을 실시하기 보다는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배당은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측면이 있어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에 민감해 배당금을 낮추면 투자를 회수하고, 이로 인해 주가가 내릴 우려가 있다”며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윤재섭 기자 @JSYUN10>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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