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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파이명월 사태’로 본 드라마 제작시스템…무엇이 문제인가......완성도 갉아먹는 쪽대본…...시청률만 따지는 제작사…
“배우는 어떤 이유에서든 현장을 떠날 수 없지만, 그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드라마 제작여건을 바꾸는 것이다.”
원로배우 이순재가 이른바 ‘스파이명월’ 한예슬 파문과 관련해 방송가에 던진 쓴소리다.
비난의 화살은 돌연 잠적 후 미국으로 도피했다 다시 귀국하겠다는 종잡을 수 없는 한예슬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한국의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이 여배우의 극단적인 돌발행동을 유발한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이번 사태는 한예슬 개인을 넘어 한국의 드라마 제작시스템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쪽대본’이란 말은 한국의 드라마 제작에 있어 일상용어가 돼버렸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기는커녕 그날 대본을 받아서 그날 소화하는 관행이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 미리 찍어둔 초반 분량이 끝나고 사실상 ‘생방송’ 모드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출연배우의 육체적ㆍ정신적 중압감은 급격히 높아진다.
한예슬은 지난 15일 LA국제공항에서 내린 뒤 “드라마 제작환경이 너무 힘들었다. 이제는 정말 모든 걸 내려놨다”고 그동안의 심경을 밝혔다.
KBS 측은 ‘한예슬 파문’과 관련해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의 고질적인 병폐와 연결지어 소위 물타기식의 양비론으로 해석될 문제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스파이명월’ 역시 쪽대본 시스템으로 일주일에 평균 5~6일, 때로는 일주일 내내 촬영만 하는 강행군을 펼쳐왔다.
거의 생방송처럼 이뤄지는 열악한 쪽대본 시스템은 배우의 부상이나 사고 등 돌발상황이 일어날 경우 곧바로 방송 차질로 이어진다.
MBC 수목극 ‘넌 내게 반했어’는 여주인공 박신혜의 교통사고로 지난달 21일 결방됐고, 올 1월 25일에는 SBS 월화극 ‘아테나:전쟁의 여신’이 남자 주인공 정우성의 부상으로 역시 결방됐다. SBS 드라마 ‘싸인’은 마지막 방송에서 갑자기 화면조정 컬러바가 등장하고 음향이 고르지 못한 방송사고가 잇따라 빈축을 사기도 했다.
급조된 생방송 시스템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낮추고 흥행 실패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차기작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명품사극 ‘추노’를 뛰어넘는 대작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SBS 월화극 ‘무사 백동수’는 전작의 흥행 실패로 방송 두 달 전 촬영을 시작했다. 결국 방송 8개월 전부터 사전제작해 사극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추노’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사전제작이 정착되지 못하는 것은 시청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어 시청률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시청률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송사가 생방송을 선호하는 이유다.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SBS ‘파라다이스 목장’과 MBC ‘로드 넘버 원’ ‘친구’ 등은 완성도가 높았지만 시청률에서는 모두 실패한 경우다.
한예슬 사태로 한국 방송사의 열악한 제작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지만 이번 역시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 장연주 기자/yeonjo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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