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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준 사재 2000억 출연…汎현대가의 통큰나눔
2007년 12월 초,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현대중공업 최대주주)과 기자들이 저녁을 함께했다. 며칠 전 그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한나라당에 입당한 상태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돈이 많으신데 (정치)행보에 좋을 수도, 안 좋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정 의원은 당황한 눈치더니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놨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많습니다.”

국회의원 재산신고 때만 되면 화제가 되는 ‘갑부 이미지’가 그의 정치행보에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물음에 이같이 에둘러 답한 것이다. 그런 정 의원이 3년 8개월 뒤인 16일 개인자산과 주식, 배당 등 2000억원의 사재를 사회복지재단에 출연키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 KCC, 현대백화점 등 범현대가가 동참해 총 5000억원 규모의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키로 했다.

재단 설립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 이뤄졌다는 게 재단 측의 설명이다. 주축은 정 의원이다. 국회의원이지만 대기업그룹 오너가 직접 대규모 사재를 출연하는 것은 국내 기부문화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정 의원이 고 정 명예회장이 설립한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이사장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가 ‘아산’ 아호를 실질 지배(?)하게 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의 ‘부자’ 정 의원에 대한 비판이나, 특히 대기업이 나눔에는 인색하고 이익만 추구한다는 비판, 즉 반기업 정서를 완화시킬 수 있는 ‘통큰’ 사회환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단 설립 관계자는 “정 의원이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개인 돈을 출연하는 기부를 결정했다”며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정 의원의 나눔 결단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최근 흐름과 맞물려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번 기부와 ‘대선 행보’를 연계해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은 정 의원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실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부자 이미지는 정 의원의 대선행보에 걸림돌인데, 이를 희석하려는 의미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선주자 후보와 오너, 두 개의 타이틀을 가진 정 의원이 이번 기부에 대해서만은 ‘진정성’을 확인시켜줄 의무가 있어 보인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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