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기표원에 따르면 락앤락의 붕규산유리식기와 삼광유리의 강화유리에 대한 열충격강도, 낙하파괴, 비산율 및 최대 비산거리, 열팽창계수, 화학성분분석, 강화응력 등 총 6가지 항목의 실험결과가 나왔다.
그 중 내열성과 상대적으로 더욱 밀접한 항목은 열충격강도, 열팽창계수, 강화응력 등이다. 열충격강도에서는 두 유리식기 모두 온도차이가 120℃ 이상에서 버틸 수 있는 강도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단, 240℃가 넘어가면 강화유리는 전량파손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삼광유리측은 내열유리제 식기 표준 KS L 2424 규격에 따라 120℃ 온도차에 견딜 수 있기 때문에, 강화유리는 붕규산유리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 두 유리식기가 내열성 확보에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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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광유리의 강화유리식기 글라스락과 락앤락의 내열유리식기인 락앤락글라스 |
하지만 또다른 실험항목인 열평창계수에선 강화유리가 KS L 2424에서 정한 기준치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팽창계수는 온도가 1℃ 상승함에 따라 늘어나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단위 10-7/℃)로 KS L 2424에선 열평창계수 기준을 65이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열팽창계수가 높을수록 온도상승에 따라 깨질 위험이 더 커지는 것이다.
이에 기표원 실험결과, 붕규산유리식기는 34.19~35.73을 기록했다. 반면 강화유리식기는 84.09~86.14를 나타냈다. KS기준치보다 20이상 높은 수치다. 학계에 따르면 내열성능이 극대화된 Pyrex 유리의 열팽창계수는 32, 붕규산염 유리는 50, 일반 판유리인 플로트유리의 열팽창계수는 80~95로 알려져 있다.
락앤락 제품은 일반 붕규산염유리보다 낮아 오히려 Pyrex에 근접했다. 반면 삼광유리 제품은 일반 판유리 수준이었다.
응력실험에서는 용량, 모양에 따라 붕규산유리는 0~1.6인 반면 강화유리는 최대 21.8까지 나왔다. 이에 삼광유리는 강화유리가 붕규산유리보다 모두 높은 수치가 나와 충분한 열저항 기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표원은 대체로 붕규산유리식기는 안정적인 데 비해 강화유리식기는 닿는 면에 따라 크게 20까지 차이나 불규칙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국세라믹학회는 응력과 열팽창계수 두 가지 다 고려해 내열성능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세라믹학회 관계자는 “열저항값은 응력이 높을수록, 열팽창계수가 낮을수록 올라가기 때문에 두 항목을 모두 반영한 뒤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그동안 문제가 제기됐던 강화유리의 자파(외부충격 없이 유리가 깨지는)현상 원인인 황화니켈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락앤락측은 사용연한이 일정 정도 지난 식기의 자파 현상을 측정하는 ‘내후성촉진실험’과 불순물의 포함여부를 측정하는 ‘열간유지실험’을 추가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더욱더 첨예하게 대립되는 가운데, 기표원은 아직도 공식적은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기표원 관계자는 “아직도 안전성 문제에 대해 확답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향후 식약청 등 관련기관과 협의한 뒤 결론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공신력 있는 답변을 기다렸던 소비자들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유리식기 사용에 대한 불만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원 한 관계자는 “내열인지 강화인지 유리식기 고유성능이 빨리 밝혀져야 소비자들이 용도에 따라 안심하고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구분할 수 있는 공식발표가 속히 나와야 더이상 소비자들이 헷갈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