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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 팔아…성금모아…”…저축銀 국조의 황당 대책
과연 경제수장의 발언인지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

10일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종합질의에 참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피해자 보상대책을 추궁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의 따뜻한 마음을 모으는 것, 성금 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방안을 묻는 자리가 아니었다. 안타까움의 토로인지, 정말 저 방법밖에 없어 내놓은 답변인지 의심스러웠다. 참석한 한 고위 관료는 “정부 입장에서는 5000만원 이하 예금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보상을 ‘절대’해 줄 수 없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발언”이라며 진실 반(半) 안타까움 반이라고 설명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런 답변을 내놓으라고 국민세금 들여 관료들을 해외 유학 보내준 건 아니다. ‘똑똑한’ 박 장관은 최소한 이보다는 더 합리적인 대안으로 국회를 설득했어야 했다.

선심성 입법 논란을 빚고 있는 의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건물이라도 팔아라”는 말 역시 금융당국의 안이함을 질타하는 취지였겠지만 ‘성금’과 함께 의사록에 기록될 황당한 발언이다.

금융회사들이 출자해 만든 금감원의 재산은 엄격히 말해 국가 재산도 아니다. 금융 소비자들의 재산이다.

합리성은 온데간데없고, 툭툭 튀어나오는 비이성적인 수사들이 국정조사 막바지를 장식해버렸다.

금융권과 정치권을 연이어 취재해온 기자로선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이 풀기 쉽지 않은 문제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전 전일저축은행(전주), 으뜸저축은행(제주)의 예금자들도 날벼락 영업정지 통보를 받으며 알토란 같은 돈을 날려야 했다. 당시 피해자들 역시 여의도 금융위원회를 찾아와 보상을 요구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다른 피해자들보다 특별하진 않다. 그러나 총제적인 감독 부실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정부와 국회가 앞서 보였던 무성의한 태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감독이 부실하다며 정부 책임만 탓할 문제도 아니고, 표심에 편승한다고 국회를 욕할 문제도 아니다.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고, 향후 형평성이 문제된다면 앞으로 이 같은 부실 저축은행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의원들과 관료들 본인의 전 재산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 들어 있다면 과연 이런 식의 대책 논의가 진행될까? 하긴 이들은 저축은행의 부실을 벌써부터 알음알음 알고 있어 절대 5000만원 이상을 저축은행에 넣지 않는다. 

boh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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