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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무줄 환율’에 업계 한숨만
10원 오르내릴 때마다 수천억 왔다갔다
“3개월 전만 해도 1070원대 가다가 지난주엔 1000원 붕괴된다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불과 며칠 만에 1080원 찍는다고요? 그러면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겁니까?”

미국이 70년 만에 신용등급 강등 조치라는 역사적인 수모를 당한 지난주 말, 이와 관련해 비상대책회의에 다녀온 한 대기업 임원은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환율 10원이 오르내릴 때마다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몇천억원이 왔다갔다하는데 6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환율 경영에 녹초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요동치는 환율 앞에 극도의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더욱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동성이 커져 이에 대처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수출 중심 기업들은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대비해 물량을 조절하는 등 장기적으로 ‘하락’에 포인트를 맞춰 환율 전략을 짰다. 하지만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갑자기 환율이 급등하면서 전략을 수정해야 할지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지금과 같은 양상대로라면 또 언제 환율이 대세 하락할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일 환율은 장중 1048.9원을 기록하면서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당시 일부 외환전문가는 원화 강세 흐름을 내다보면서 연내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선마저 붕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수출기업들은 채산성 우려로 실적 악영향에 대비해 즉시 대응 전략 모색에 들어갔다.

이는 기업들이 느끼는 수출 마지노선에서 크게 멀어졌기 때문.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수출 마지노선 환율과 관련한 질문에 수출기업들은 1080~1100원 미만(20.7%)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만 단기적으론 상승하다가도 장기적으로 다시 1050원대로 내려와 최악의 경우엔 연초 대기업들이 보수적으로 잡았던 1030~1040원대마저 깨지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도 당분간 환율 변동을 주시하며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중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la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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