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논란속 수익성 악화 울상
올들어 月 30건 경매진행기름값할인 4월 38건 매물로
낙찰률은 작년 절반 수준
마트·대안주유소 활성화땐
‘매물폭탄’ 불가피
기름값 상승의 책임을 두고 정부, 정유사, 주유소가 서로 네탓 공방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폐업 등의 이유로 팔려고 내놓은 주유소 매물이 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주유소 간 거리 제한이 일찌감치 완화된 데다 유통 마진도 갈수록 박해지는 등 눈에 띄게 수익성이 낮아져 주유소 영업을 접는 사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0년에는 매달 경매 진행 건수가 20여건에 불과했던 것이 2011년 들어서는 매달 30건 이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름값 100원 할인이 시행됐던 2011년 4월에는 경매 진행 건수가 38건으로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낙찰률은 기대만큼 좋지는 않다. 50%를 넘는 달이 많지 않아 두 건 중 한 건 이상은 유찰되는 모양새다. 낙찰가도 원래 감정가보다 평균 70~80%대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 주유소 사업자는 “주위를 보면 부동산 경기가 좋았으면 벌써 팔고 나갔을 사업자가 많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유소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사업자가 대부분”이라며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 뻔한데 그만두려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자는 “마트 주유소, 셀프 주유소를 (정부가) 대안처럼 이야기하는데, 비싼 셀프 주유소 기계에 추가 투자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데다 마트 주유소가 활성화하면 일반 주유소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유소협회 측은 “현재도 경영 상황이 한계에 달해 업종을 바꾸려고 하는 주유소가 많다. 한 주유소는 팔려고 내놨는데 4번이나 유찰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주유소가 중간에서 수익을 챙겨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주유소를 폐업하려면 통상적으로 1억~2억원의 환경부담금을 내야 하는 등 사업을 접기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데다, 최근 기름값 논란까지 진행되면서 팔려는 주유소가 늘어나고 있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청기와주유소와 같은 상징적인 주유소 부지가 다른 부지로 바뀐 것 등이 일찌감치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같이 한계경영 상태에 놓인 주유소를 대안주유소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지만 대안주유소로 바꾸려는 주유소 업자가 나타날지는 아직 의문이다. 100원 할인 정책으로 정유사의 정유부문 2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가운데 어느 곳에서도 웃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이상화 기자/sh9989@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