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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식배달부 가수 김승일, 성악공부 다시...
SBS ‘스타킹’을 통해 스타가 된 야식배달부 김승일(34) 씨. ‘한국의 폴 포츠’라고 불리던 그가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를 위해 시작했던 야식배달부 생활을 10년 만에 접었다.

최근 자신이 다녔던 한양대 성악과 사무실을 찾아간 김 씨는 복학 의사를 표시했다. 이르면 2012년 신학기에 다시 학교를 다니며 성악공부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1일 부산을 찾은 김승일 씨는 10월 1일 부산 극동방송 아트홀에서 자신의 두 번째 단독콘서트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심금을 울리는 천상의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김 씨는 지난 4월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자신만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렀으며, 5월달에는 자신의 이상인 ‘폴포츠’와 같은 무대에 섰다. 또한 최근에는 제헌절 국가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를 수 있는 영광도 누렸다.

하지만 그에겐 아직 못다한 꿈이 남아 있었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던 그는 학창시절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도 하고, 지휘도 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4개월 정도 과외를 받고 성악가의 길을 가리라 마음 먹었다. 주위에선 아무도 그해에 그가 한양대 성악과를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단번에 합격해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학창시절 밴드를 결성해 노래부르기를 좋아했던 김 씨에겐 자신만의 ‘끼’가 숨어 있었다.

한양대 성악과에 입학하자마자 빼어난 노래실력으로 주목받았지만 불운이 뒤를 따랐다.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먹고 살기’ 위해 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택배 배달과 나이트클럽 호객 행위, 야식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어느 것 하나 그에겐 쉽지 않았다.

“스타킹 덕분에 가슴 속에 숨겨 뒀던 꿈을 꺼내게 됐지만 멘토였던 서울대 김인혜 교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하면서 또다시 절망이 찾아들었죠. 사람들에게 잊혀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나락 끝으로 던져진 김승일에게 각오를 불어넣은 것은 새로운 멘토와의 만남. 심리치료 전문가로 활동 중인 변영인 교수(동서대)와의 만남은 그에게 결단의 힘이 됐다.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놓지 못했던 야식배달 일을 그만두고 자신이 진정 원하던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학비나 생활비가 없어 걱정은 되죠. 하지만 나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 마음 먹으니 한결 후련해졌습니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포기했던 꿈을 또다시 환경 탓만하면서 차일피일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5월 김 씨는 ‘폴 포츠(Paul Robert Potts)’와 함께 무대에 섰다. 역경을 딛고 우뚝 일어선 월드스타의 모습에서 새로운 각오도 다지게 됐다.

“폴 포츠를 직접 보았는데 정말 부러웠죠. 역경을 이기고 세계적인 성악가가 됐으니 당연히 제게도 큰 의미가 있는 사람입니다. 가능하다면 저도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김승일의 꿈은 소박했다. 유명한 성악가나 인기 있는 가수가 아니라 자신의 음악과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였다.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 / 지금 내게 확신만 있을 뿐 / 남은 건 이제 승리뿐” 확신에 찬 그의 노래 속에선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또 다른 이야기가 스며나오고 있었다.

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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