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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 바뀌어도…비상장사 편법 대물림 ‘사각지대’
자본시장법 개정안 허점

상법까지 손질해야 가능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실권주 임의처리 제한과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금지 규정이 재벌들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방지책으로는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당 규정이 상장법인에만 적용돼 재벌들이 비상장법인을 통해 실권주를 처리하는 데는 효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기존 주주가 배정을 포기하거나 청약을 하지 않아 남은 주식(실권주)을 이사회가 멋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했다. 금융위는 “이사회가 실권주를 주주와 같이 유리한 조건으로 특정인에게 배정해 특혜를 제공한 사례가 다수 있어 이사회가 실권주를 임의 처리하는 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지배주주 가족 등에게 몰아주기로 배정돼 특혜 논란을 일으킨 실권주 문제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주주배정은 싼값에 실권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기업의 편법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됐다. 발행 할인율이 일반공모는 기준가격의 30%, 사모는 10%로 제한되지만, 주주배정은 아무런 규제가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발행이다.

그런데 비상장사를 통한 실권주 처리는 여전히 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자체가 상장주권법인에 한정돼 있어 비상장사는 해당하지 않는다. 비상장사까지 적용하려면 법무부에서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이 개정돼도 제2의 에버랜드 경영권 승계 사례를 막을 방법이 없게 된 셈이다.

분리형 BW 발행금지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분리형 BW는 회사채와 신주인수권리인 워런트를 분리해 따로 거래할 수 있다. 사채권자는 BW 인수 후 워런트만 매각함으로써 매입 비용을 줄이고 발행 기업의 최대주주는 워런트를 사들여 지분을 헐값에 확대할 수 있었다. 삼성SDS와 두산, 현대산업개발, 효성, 동양메이저 등 재벌 일가의 경영권 승계 때도 이 방법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있었다.

그러나 한 채권전문가는 “분리형 BW는 채권이 포함돼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였다. 금융위기 당시 기아차, 코오롱, 대한전선이 BW를 발행해 살아났다. 문제가 된 사모를 막아야지 공모까지 막으면 제2의 기아차 성공 스토리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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