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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권주 개혁’ 편법 경영권 승계 막기엔 역부족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실권주 임의처리 제한과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금지 규정만으로는 재벌기업들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규정이 상장법인에만 적용돼 재벌들이 비상장법인을 통해 실권주를 처리하는 데는 효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기존 주주가 배정을 포기하거나 청약을 하지 않아 남은 주식(실권주)을 이사회가 멋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했다.

금융위는 “실권주를 이사회가 주주와 같이 유리한 조건으로 특정인에게 배정해 특혜를 제공한 사례가 다수 있어 이사회가 실권주를 임의 처리하는 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지배주주 가족 등에게 몰아주기로 배정돼 특혜 논란을 일으킨 실권주 문제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다.

주주배정은 싼값에 실권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기업의 편법 경영권승계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발행 할인율이 일반공모는 기준가격의 30%, 사모는 10%로 제한되지만, 주주배정은 아무런 규제가 없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발행.

지난 1996년 10월 삼성 계열사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있던 에버랜드 이사회가 주주배정 방식으로 CB를 발행했을 때 기존 주주 대부분이 인수를 포기했다. 이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인수해 주식으로 전환, 대주주가 돼 문제가 됐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당시 “기존 주주에게 실질적 인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아 사실상 제3자 배정이며, 시세보다 헐값으로 발행됐다”며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은 이런 논란을 없애고자 실권주를 이사회에서 임의로 처리하지 못하게 새로운 발행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같은 취지로 금융위는 분리형 BW 발행도 금지했다.

비슷한 사례는 삼성SDS와 두산, 현대산업개발, 효성, 동양메이저 등 재벌 일가의 경영권 승계 때도 사용됐다.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사가 이면계약을 통해 부당이익을 챙기는 등 금융범죄에 분리형 BW를 악용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에서 비상장사는 실권주 임의처리 제한과 금지 대상에서 빠져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자체가 상장주권법인에 한정돼 있어 비상장사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상장사까지 적용하려면 법무부에서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이 개정돼도 제2의 에버랜드 경영권 승계 사례를 막을 방법이 없게된 셈이다.

<안상미 기자 @hugahn>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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