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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폭탄 맞은 시장... 재래시장은 개점휴업, 대형마트는 겨우 온라인으로 연명
“한 개도 못 팔았어요. 잘 파는 딴 데 가서 알아보세요.”

지난 27일 폭우가 쏟아지는 영등포 재래시장 입구에서 옷을 파는 아주머니의 조금은 쌀쌀맞은 한 마디로 폭우의 위력과 상인들의 떨어진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폭우 속 재래시장에 사람의 인기척이라고는 비를 피하려고 지나가는 사람들 혹은 시장 상인들 뿐이었다.

폭우 속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으로 대비되는 두 유통업계는 어떻게 살아남고 있을까.

주부들이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느라 분주해야 할 오후 6시께, 몇몇 가게들은 벌써 문을 닫고 없었다. 수많은 가게가 밀집해 있는 공간에서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다는 것이 놀라웠다.


시장 가운데서 닭발과 국수, 커피, 팥빙수 등을 파는 한 아주머니에게 요즘 장사가 어떠냐고 묻자 “오늘은 손님들이 하나도 없어요”라며 팥빙수 한 그릇을 건넸다. 하루 종일 판 게 커피 12잔이 전부라던 아주머니는 기자에게 오늘 팥빙수도 처음 판다고 했다.

“비가 많이 와서 사람들이 하나도 안 다녀요. 저기도 벌써 일찌감치 접고 들어갔네”라고 이야기하며 건너편 문닫은 상점을 가리켰다. “상인들이 서로 팔아주기도 하는데 매번 사먹을 수가 없으니 오늘은 사주는 사람도 없네요”라고 푸념했다. “대형마트 때문에 가뜩이나 재래시장에 사람이 없긴 하지만 비가 오니 더 심하다”고 했다.


막 가게를 접으려고 물건을 안에 들여놓고 있던 태성 건어물 유통센터의 한 상인은 “이 라인 40개 점포 중 3개가 비었다”며 “요즘 재래시장이 많이 힘들고 장사란 게 통계로 따지기는 힘들지만 아무래도 (비 때문에)어제보다 물건 나가는 게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인근 멸치가게도 마찬가지였다. 곡물과 멸치를 팔던 한 아주머니는 “장사하는 사람은 비오는 게 제일 싫어”라며 비가 와서 사람이 안 다니니 장사가 안 된다고 했다. “그래도 어제는 도매로 몇 건 좀 나갔는데 오늘은 전혀 없다”고 하면서 “요즘 경기랑 오늘 같은 날씨에 대형마트도 별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기자가 가면 이제 오늘 장사도 그만 접으려고 한다고 했다.

어렵사리 재래시장을 찾은 손님을 만났다. 회사원 박주혜(여ㆍ32)씨는 “재래시장내 잘 가는 가게 주인이 잘 해주고 직장과 가까워 찾게 되는데 오늘은 비도 오고 하니 다른 날보다 다들 일찍 문을 닫은 것 같다”며 빗길 속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영등포 재래시장 반경 1km 안에는 대형 마트가 무려 3곳이나 있다. 인근 대형마트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한참 붐벼야 할 저녁시간, 조금은 한산한 매장을 보며 7월 말의 여름 성수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마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27일 하루 동안 A마트는 지난 주 같은 날에 비해 매출이 3.8% 줄었고 고객은 5.8% 줄었다. B마트는 고객이 9.4%줄었고 C마트는 고객수가 23.47%가 줄었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재래시장과는 달리 ’별 수’가 있었다. A마트 관계자는 “폭우로 인해 내점고객 및 매출이 줄어든 대신 온라인 매출은 12.2%, 방문객 수는 18%나 늘었다”고 밝혔다. B마트의 경우에도 전주대비 매출이 5.7% 올랐다고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대형마트에 비해 재래시장은 창구가 단순하다. 그렇다면 이제 재래시장도 온라인 매장을 운영해야 하나? 문득 의문이 생긴다.

<문영규 기자 @morningfrost>
/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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