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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아차 기득권 노조의 도 넘은 이기심
기아자동차 노조가 2011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끝내 부결시켰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가 올 임협 잠정안을 대상으로 지난 2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가 과반수를 웃돌아 임협안 최종 확정에 실패했다.

기아차 노조의 잠정 합의안 부결은 국내 대기업 정규직 기득권 노조가 보여줄 수 있는 이기심의 극치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 협상에서 사측은 낮은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한 후 오랜 기간 노조와 밀고 당기기 협상을 벌이는 데서 오는 폐해를 없애기 위해 처음부터 파격적인 제시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노조가 요구한 내용을 추가 반영해 기본급 9만원 인상과 300% 및 700만원의 성과ㆍ격려금 지급, 무상주 80주 지급 등을 약속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분을 제외하고도 평균 2000만원에 달하는 사상 최고 수준의 보상을 보장받게 됐고, 협상에 참여한 기아차 노조 대의원들도 만장일치로 잠정안에 찬성했다.

잠정 합의안 확정 이후 일각에서는 기아차 사측의 ‘퍼주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임금협상을 시작한 지 불과 보름여 만에 별다른 분규 없이 합의를 이끌어 낸 기아차 노사의 통큰 결단에 대한 격려가 더 많았다.

하지만 기아차 노조는 결국 구태를 버리지 못했다.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큰 보상을 약속받았지만, 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차 노조가 행여나 조금이라도 더 받을까 전전긍긍하며 잠정안을 부결시켰다.

이 과정에서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잠정 합의안 마련에 만장일치로 힘을 실어준 대의원들이 자신이 속한 현장 조직으로 돌아간 순간, 부결을 외치고 나선 것이다. ‘발등 찍은 못믿을 도끼’가 된 격이었다.

이들이 ‘배신’의 명분으로 내세운 논리는 주간연속 2교대제 협상과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논의에 대한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장 조직들이 주장하는 주간연속2교대제는 일을 덜 하고 돈을 그대로 받겠다는 것이 핵심이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규직 기득권 노조의 양보는 전혀 없고 구호만 거창한 껍데기에 불과한 사안이다.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진심에도 없는 핑계를 앞세우는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기아차 사측은 조합원 찬반투표 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제 더 줄 것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노조로 돌아왔다. 더 내놓으라고 요구할 명분도 마땅치 않고, 파업을 하기도 여의치 않은 기아차 노조가 어떤 카드를 들고 억지를 부릴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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