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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겹살은 야채없이…수박 대신 참외로
삼겹살 100g에 2280원

4인가족 먹으려면 2만원대

가공식품 물가도 껑충

물놀이 용품은 쓰던 걸로



올여름엔 찜통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피서를 떠나는 바캉스족의 발걸음이 그 어느 해보다 무거울 것 같다. 연일 치솟는 살인적인 물가에 바캉스 물가도 덩달아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바캉스 시즌이면 불티나게 팔리는 ‘서민의 고기’ 삼겹살을 비롯해 과일, 야채 등 각종 먹을거리의 가격이 작년 바캉스 때보다 대부분 두 자릿수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기자는 지난 26일 돼지삼겹살 등 4인 가족 바캉스에 필요한 식료품을 쇼핑하기 위해 서울 구로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 피서를 떠난다는 설렘으로 쇼핑을 시작했지만 불과 30분 만에 고민에 빠졌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식료품 가격 때문에 쇼핑카트 채우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육류 매장에서 판매하는 삼겹살 값은 100g당 2280원으로, 지난 5월 1880원보다 400원가량 올랐다. 4인 가족이 넉넉히 먹을 것을 가정하고 1㎏을 구매하려면 2만2800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 결국 삼겹살 1㎏을 구입한 뒤 채소 매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상추와 깻잎, 고추, 쌈장 등 삼겹살을 싸먹을 채소류와 장류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상추 150g(2550원)과 고추(2480원), 쌈장(4300원) 등을 구입하니 또다시 1만원을 훌쩍 넘었다. 이 대형마트의 판매사원은 “최근 지속된 폭우성 장마와 흐린 날씨 등으로 채소 작황이 부진한 데다 바캉스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두 자릿수 껑충 뛰었다”며 “바캉스가 끝나는 8월 말까지 채소류 가격은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계곡물에 담갔다 꺼내 먹는 수박도 장마로 인해 가격이 비싸진 대표적인 바캉스 고물가 상품이다. 웬만한 8~9㎏짜리 수박은 예외 없이 개당 1만5900~1만6900원 이상을 줘야 구입할 수 있다. 혀를 내두르는 기자 옆의 50대 주부는 “요즘 일반 과일가게에서는 수박 한 통 사려면 2만원을 줘야 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 입 베어물면 입안에 퍼지는 달콤한 맛 때문에 인기 상한가인 자두도 이번 바캉스 시즌엔 ‘귀하신 몸’이 됐다. 이날 과일 매장에선 자두가 1.4㎏에 8370원이라는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그나마 알이 굵은 자두는 눈에 띄지 않았다. 매장 직원은 “알 굵은 ‘후두사 자두’는 장마 때문에 현재 시중에 나온 것들 거의 대부분이 ‘맹탕’”이라며 “맛 좋은 ‘후두사 자두’를 보려면 다음 주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과일 매장에서 만난 이모(33) 씨는 “수박 한 통을 사려니 너무 비싼 것 같아서 수박 대신 참외와 사과, 포도 등으로 조금씩 구입할 생각”이라며 “올해는 물가 때문에 바캉스도 기분 좋게 다녀올 수 없을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가공식품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피서지에서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참치캔이나 과자, 스낵, 밀가루, 설탕 등도 가격이 1년 새 두 자릿수 올라 2~3종만 일부 구입했다. 이뿐 아니다. 그늘막, 아이스박스, 구이팬 등 바캉스용품을 고르고 나니 금액은 금세 3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결국 기자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고물가 때문에 수영복, 선글라스, 선크림 등 해수욕장에서 필요한 바캉스 관련 상품은 포기한 채 삼겹살이나 과채류, 참치캔류 등 일부 생필품만 최소 단위로 쇼핑백에 담은 뒤 대형마트를 빠져나와야 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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