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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카스 슈퍼판매 일주일…“매상엔 아직 영향없지만 신경쓰여”
안그래도 조제만 하는데

환자와 상담도 못하고

단순히 약만 싸주는 사람

이젠 슈퍼와 다를바 없어

약사들 허탈감속 푸념만…


박카스 등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며 슈퍼에 판매되기 시작한 지 27일로 일주일이 됐다. 그러는 동안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는 카피의 박카스 광고가 중단됐고, 동네 슈퍼는 물론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에도 속속 들어가기 시작했다.

맞은 편에서 이를 바라봐야 하는 약사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경제적인 타격은 미미했지만,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슈퍼와 다를 바 없게 됐다는 허탈감과 정부에 대한 원망이 묻어났다.

▶“약사 아닌 ‘약싸’ 됐다” 자조=대학로 K약국을 운영하는 이모(50) 씨는 정부와 의사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 씨는 “이 문제에 의사들이 왜 나서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니깐 의사들이 나서서 저런다. 안그래도 조제만 해주는 입장이라 환자들과 이야기할 시간도 없는데”라며 “이제 약사가 아니라 약싸다. 약만 싸주는 사람이 된거다”고 말했다.

안양 비산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37) 씨는 “약을 슈퍼에서 판다니 약사들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질 것”이라며, 약화사고에 대해 더 많은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는 “모든 약이라는 것은 나름대로의 독성을 가지고 있는 건데 막 사먹어도 된다고 판단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미국에서는 연간 8000명이 약을 잘못먹어 사망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돼 봐야 정신 차릴건 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상에는 큰 영향 없다”=영등포역 부근 약국에서 드링크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김모 씨는 의외로 무덤덤했다. 그는 “매상에 아직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별로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영등포역 뒷쪽 골목슈퍼에선 박카스는 물론 속청과 같은 위장약을 판매해 왔던 터라 크게 상관이 없다는 설명.

고속터미널내 약국 운영자는 “박카스 솔직히 안 팔고 싶다. 이거 하나에 500원이다. 1병 팔면 80원 남는다. 오히려 손님들이 카드로 계산 하려해서 피곤하다. 박카스 2병 사고 카드로 계산해 달라고 한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들 외에도 대부분의 약사들은 매상에 큰 영향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카스 사재기 했다”=일각에선 박카스 사재기도 나타나고 있다. 슈퍼 등에 본격적으로 물량이 풀릴 경우 물량이 부족할 것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일산서구의 J약국 측은 “혹시 몰라서 확보했다”며, “물량이 부족할 것을 대비해서 평소보다 2배정도 되는 박카스 분량을 마련해 놨다”고 귀뜸했다.

서울 종로 5가 약국들은 슈퍼 등으로 박카스 등을 판매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이다. K약국 관계자는 “일주일에 500박스 정도 박카스를 판매하는 데, 주문 물량을 늘릴 생각”이라며, “가끔 대량 구매를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약품 약국외 판매의 상징이 되어버린 박카스를 공급하는 동아제약에 대해서는 “할만큼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부가 방침을 이렇게 정했는 데 동아제약에 뭐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서운한 마음 속에 박카스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박카스가 의약품으로 분류되면서 분명히 판매에 도움을 얻은 측면이 있는 데, 일반마트에서 판매되면 그런 효과도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박도제ㆍ김재현ㆍ박수진ㆍ박병국ㆍ이자영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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