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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희 선생 “가장 한국적인 것이 제 개성이죠”
그는 이름이 적힌 종이를 펼쳐들었다. “나는 박 파안(琶案) 영희입니다. 1977년부터 이 이름을 썼어요. 스펠링도 독특해요. 박(paph) 파안(pa-an) 영희(unghi). 흔히 쓰는 스펠링과 다른 걸로 제가 붙인거죠. ”

‘제2의 윤이상’으로 불리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현대음악 작곡가 박파안영희씨(66ㆍ사진). 그는 오는 29~29일 양일간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자신의 곡 ‘타령Ⅵ’과 ‘만남’을 들려준다.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제일 먼저 자신의 토대인 이름을 설명했다. 박영희의 가운데 이름인 파안(琶案)은 ‘책상 앞에서 생각하는 작곡가’라는 뜻을 담아 붙인 것이다.

박씨는 1980년 도나우에싱엔 현대음악제에서 오케스트라곡 ‘소리(Sori)’를 발표해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적 정서와 독일에서 접한 아방가르드풍 테크닉을 접목한 곡들을 주로 작곡해왔다. 1978년 스위스 보스윌의 세계작곡제에서 ‘만남’ 이라는 곡으로 1등상을 받았고,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독일 브레멘 국립예술대 작곡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축제에 저를 초대해준 정명화ㆍ정경화 예술감독에게 감사하다”며 “독일에서는 저를 유명인사 대접하지만, 한국에선 저에 대해 잘 모를텐데 이렇게 불러주시니, 그 자체로 감동”이라며 웃었다. 1945년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난 박씨는 한국인으로서 뿌리가 음악의 원천이라고 했다. “저는 가장 한국적인 사람입니다. 한국전쟁을 겪었고, 전후 가난과 배고픔도 알죠. 제 음악을 통해 한국의 전통을 알리고 싶습니다. 가장 개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데, 제게 개성은 바로 한국적인 것을 뜻합니다. 그 개성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제 역할이죠.”

이번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울려퍼질 ‘타령 Ⅵ’과 ‘만남’은, 한국인의 뿌리에 천착하는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아시아 초연인 ‘타령 Ⅵ’은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플루트, 베이스 클라리넷, 퍼커션 등 연주자 6명으로 구성된다. ‘만남’은 현악 3중주와 클라리넷을 위한 곡이다. ‘만남’은 신사임당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지은 시 ‘사친(思親)’을 각 악장의 타이틀로 이용한 곡으로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비올라가 가락을 연주하고 첼로가 장단을 맞추도록 구성돼 있다. 

그는 “ ‘만남’은 첼로가 우리나라의 장구를 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타령Ⅵ’은 타악기로 이용되는 나무토막, 조개껍데기 등이 한국적 리듬을 살린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세계 무대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어로 곡명을 붙인다. ‘타령 Ⅵ’과 ‘만남’ 외에도 ‘소리’ ‘마디’ ‘님’ ‘편경’ 등도 한글 제목이다. 그는 “한국어를 쓰는 것이 애국을 하려는 게 아니라 모든 인간의 정서와 영혼이 있는 것이 우리말이기 때문”이라며 “언어 자체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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