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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의 ‘굴욕’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8월 2일의 미국 국가부도 D-데이를 앞두고도 백악관과 하원을 장악한 야당이 치킨 게임을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뉴욕 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는 안전통화로 통하는 스위스 프랑에 대해 장중 1.7%나 하락해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0.8055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엔화에 대해서도 0.3% 하락한 달러당 78.03엔을 나타냈다. 3월 17일 이후 가장 두드러진 약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0.13% 하락했다.

이날 안전자산 현물 투자처인 금 가격은 사상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우며 온스당 1624.30달러까지 상승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3단계 강등시키고 미국 채무 협상이 여야 대치로 8월 2일 시한까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금과 스위스프랑,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달러화는 찬밥 신세다. 지난 2008년 9월 15일 월가의 투자회사인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때에도 오히려 급등했던 달러화의 특별한 위상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금융위기 당시 오히려 늘어난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달러 유동성 수요와 그래도 믿을 통화는 달러라는 투자자들의 선호로 상승하면서 달러화는 기축통화 프리미엄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미 정부와 여야의 부채 협상에 넌더리를 내며 달러에서 손을 터는 형국이다. 미국 여야의 부채 협상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적 이해관계로 당초 예상보다 막장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협상안 도출의 최후 시점인 이번주까지도 서로 다른 법안을 내놓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금융시장에서는 여야가 막판에 합의안을 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 달러화와 국채는 이번 사태로 기축통화이자 세계 최고 우량국가 국채라는 위상에 금이 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월가의 국제 신평사인 무디스와 S&P가 이번주에 가까스로 채무상한 상향이 이뤄져 미국이 디폴트를 면하더라도 신용등급을 강등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미 투자시장의 큰손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의 국가신용도 추락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라이언 CEO는 “미 의회가 협상을 이뤄내더라도 미국은 트리플A 신용등급을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걸음 나아가 상품투자시장의 큰손인 짐 로저스는 2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은 이미 트리플A 지위를 잃었다. 무디스가 이제 뭐라든 누가 상관하는가, 나는 미국채 금리가 4%이든 5%이든 투자 안 한다. 이미 지난 6월 10일 미국채를 팔았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최선의 시나리오인 여야 간 극적 협상 타결이 이뤄지더라도 달러화의 추락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협상이 타결된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미국 정부가 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2조4000억달러의 빚을 2012년까지 추가로 지도록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이미 세계 최대인 14조3000억달러의 빚에 또다시 2조4000억달러어치 국채를 찍어내면 미국채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미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연방준비제도(Fed)는 3차 양적완화(QE3) 조치로 달러를 찍어 미국채를 사들일 것이라는 우울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세계 경제에 또다시 미국 달러화 돈폭탄이 터지면 달러가치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달러 보유액이 3조달러에 달하는 중국이나 일본, 한국 등 주요 달러 보유국가들이 워싱턴의 채무협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보는 이유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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