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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념보다 실리…‘경제적 조합주의’ 대세로
‘무분규 임단협’ 잇단 타결…노사관계 새 이정표

脫상급단체·相生문화확산

노동운동 트렌드 변화


복수노조 시행전 타결 공감

올 임협타결률 37% 전년 倍


‘강성’금융·금속·의료 등

하반기 노사안정 여부 좌우


올해 노사 간 임금교섭 타결률이 역대 최고로 높아졌고, ‘무분규’ 사업장까지 급증하면서 새 노사관계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사대립이 심각한 사업장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노사 선진화를 앞당길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복수노조시대를 맞아 노조나 노조 간부를 위한 노조활동이 아닌 노조원들의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경제적 조합주의’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노사 간 임금교섭 타결률은 37.3%였다. 사업장 8458개 중 3151개가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체결했다. 이는 역대 최고로 높은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타결률은 16.6%로, 올해 배 이상 빠른 임금교섭 진척률을 보인 것이다.

이 같은 높은 타결률은 일차적으로 복수노조 시대에 영향받은 것이 분명하다. 노사 모두 복잡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7월 1일 이전에 임협을 마무리 지으려 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광호 한국경영자총협회 팀장은 “새 노조가 만들어져 노사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질 것을 우려해 노사 양측이 서로 타결에 속도를 낸 경향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최근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이 줄을 잇고 있다. 남상태(왼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 20일 ‘2011년 단체교섭 조인식’을 가진 후, 성만호(오른쪽) 노조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하지만 전적으로 복수노조 때문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월 12일 사측에 임금인상폭을 전적으로 위임하면서 가장 먼저 타협을 이끌어냈다. LG전자는 2월 21일 기본급 5.7% 인상에 합의했고 삼성전자는 2월 28일 기본 연봉인상률 4% 수준으로 조정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호봉승급분 포함 기본급 대비 4.95%, 현대제철 역시 15일 호봉승급분 포함 평균 5.4% 인상안에 도장을 찍었다.

복수노조 시행일이 7월 1일이었는데 지난 1~2월에 타결된 곳, 또 7월 1일 이후 타결된 곳이 적지 않았다는 점은 복수노조 영향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노사 간 상생ㆍ협력 문화가 확산되면서 임협 타결 시점이 빨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엔 지루한 임금 줄다리기를 거친 후 연말께 타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노사상생시대에는 대립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노사가 서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투명경영 사례 등이 확산되고, 노조가 회사 사정을 뻔히 아는 경우가 많아 외부세력 개입 등이 없다면 합리적인 선에서 노사가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신뢰관계가 충분히 형성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잇따른 무분규 타결은 노동운동이 투쟁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산별노조 등 상급단체가 주도권을 쥐고 있던 노동운동이 개별기업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어 주목된다. 매년 첨예한 갈등을 일으켰던 ‘정치 파업’ 논란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행적인 줄다리기’보다 ‘허심탄회한 합의’, ‘투쟁’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노동운동의 새 흐름 속에 상급단체 중심의 노동운동도 새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7~8월에 집중돼 있는 금속ㆍ금융ㆍ보건의료ㆍ건설 등 일반적으로 ‘강성’으로 알려진 주요 업종별 교섭과 현대차 교섭은 하반기 타결률을 좌우하는 지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생과 협력의 위력을 경험한 사업장이 늘면서 과거 이념적이고 과격한 투쟁보다는 조합원 실익을 좇는 흐름 속에 상생의 노사문화 정착 속도도 빨라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김영상ㆍ김상수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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