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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호화 청사 대신 산부인과 더 지어라
출산율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분만시설을 갖춘 산부인과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685개 전체 분만 산부인과 가운데 8%에 이르는 51곳이 문을 닫았다. 매달 임산부가 30여명은 돼야 수지를 맞추는데 10명도 못 채우는 경우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만은 고위험 시술로 자칫 의료 분쟁에 휘말리기 쉽다. 그나마 분만실을 유지하는 병원들도 언제까지 버틸지 의문이다. 산부인과의 몰락은 국가적 대재앙이다.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의료 취약지역에선 이미 재앙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49곳은 분만 의료시설이 하나도 없다. 특히 전남 완도ㆍ장흥 등 일부 지역은 산모와 태아가 자동차로 1시간 이상 ‘목숨을 걸고’ 달려가야 겨우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인근 강진군은 출산율 전국 1위 지역인데도 분만실 있는 산부인과가 없다. 강진군이 병원 임대료 등 3억~4억원의 파격적인 지원 조건을 내걸어도 그렇다. 취약지역 산부인과 기피현상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더 문제는 산부인과 전공을 희망하는 새내기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매년 250명 선을 유지하던 산부인과 전문의 정원은 올해 180명 선으로 줄었고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설령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개업을 해도 아기 받을 생각은 않고 외래만 맡거나 피부 미용 등 변칙 진료를 하기 일쑤다. 실제 지금도 그런 산부인과 병원이 80%를 넘는다. “우리가 아기를 받는 이 시대 마지막 의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한 산부인과 전문의 경고가 섬뜩하다.

정부와 의료계는 분만 관련 의료수가 추가 인상과 공공 의료기관 분만실 설치 의무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전보다 한결 진전된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위기의 산부인과’를 구하기 어렵다. 산부인과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적 당면과제인 저출산 대책 차원에서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는 공공 의료시설로 인정해야 한다.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라는 것이다. 또한 환자가 적은 농어촌 지역 산부인과 병원에는 적정한 수준의 보전금을 지원해야 한다. 장려금을 주며 출산을 독려하는 것보다 마음 놓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환경과 시설을 갖추는 게 먼저다. 호화판 지방청사 대신 산부인과 병원을 짓는 일이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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