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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스바겐의 도발 “현대차는 영리한 복제품일 뿐”
독일 제조업체들의 현대 경계령이 떨어졌다. 자동차의 현대자동차와 선박의 현대중공업이 주요 타깃이다. 두 분야 모두 독일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분야지만 두 회사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독일의 유력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은 지난 13일자 1면 기사를 통해 두개의 현대를 조심해야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마틴 빈터콘(Martin Winterkornㆍ64) 폴크스바겐그룹 CEO의 말을 인용해 “유럽 최대의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의 경쟁기업은 더 이상 도요타가 아니라 현대자동차”라며, “현대가 전 세계를 무대로 저렴한 가격과 영리한 복제를 통해 전방위로 공격을 감행해 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빈터콘 회장의 현대차와 관련한 발언은 몇차례 있었지만 항상 ‘무서운 경쟁자’라는 뉘앙스였다.

빈터콘 회장은 지난해 한국 언론과의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융위 과정에서도 성장을 지속한 자동차 회사는 폴크스바겐과 현대 · 기아차 뿐”이라며 현대차의 유럽전략형 소형차인 i20를 직접 운전해본 경험까지 덧붙여 “현대ㆍ기아차의 품질이 세계적인 수준이란 사실을 확인했고, 대단히 강력한 경쟁자(very very serious competitor)로 보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빈터콘 회장은 최근 태도를 급선회해 현대ㆍ기아차에 대해 도발적인 발언도 감행하기에 이렀다.

지난 11일에도 베를린에서 열린 폴크스바겐 비틀(Beetle) 시승 행사에서는 독일 자동차 기자단에게 “폴크스바겐 제품이 기초가 된 현대와 기아의 차종 모델을 충분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를 경쟁자로서 경계는 하지만 이들의 경쟁력의 기초는 폴크스바겐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명문화 한 것이다.

독일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의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가 폴크스바겐 측 핵심 인력을 잇따라 스카웃 해가면서 양사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대ㆍ기아차의 폴크스바겐그룹 인재들을 향한 손짓은 직급을 초월해 매우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2006년 기아차 부사장으로 합류한 폴크스바겐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의 수석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부터 최근에는 폴크스바겐의 전매특허인 TDI디젤 엔진 개발의 핵심 인력인 유르겐 그림(Juergen Grimm)차장도 현재 현대자동차 유럽본부의 엔진개발부문 그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림 차장은 현대차가 유럽 시장 전략 모델들에 장착하는 승용디젤 엔진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독일 내에서의 ‘현대’에 대한 경계심은 자동차업계를 넘어 조선업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발간된 독일조선및해양기술협회(VSM)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선박제조기업이 지난 글로벌 경제위기 동안 이렇다 할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반면, 현대중공업은 몇 억 유로에 이르는 규모의 국가 지원을 받았고 이를 통해 이미 취소된 수주 건이 구제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13일자 독일 경제 일간지들에 모두 보도된 바 있다. 폴크스바겐 같이 CEO가 직접 나서서 도발적인 발언을 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협회 차원에서 한국의 현대중공업이 글로벌 경쟁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공정경쟁을 펼치고 있지 않아 독일 업체들이 피해를 봤다는 뉘앙스로 분석한 것은 다분히 감정적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보고서는 조선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신규 수주의 80~90%를 단기 신용 융자를 통해 조달해야 하는데, 저렴한 신용대출을 얻는 기업이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따라서 현대중공업의 경우 국가의 지원에 따른 가격 조건으로 시장에서 고객 확보가 가능한 반면, 독일 기업의 경우 정치적 지원 부재로 불가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윤정식 기자@happysik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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