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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금 못 사나 안 사나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때마다 가장 곤혹스러운 곳이 한국은행이다. 외환보유액으로서 금을 늘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값이 역사적 신고점(온스당 1600달러)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한은은 또 할 말이 없게 됐다.

한은은 지난 1979년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공매물량 5.5t을 매입한 이후 30년 넘게 금을 매입한 적이 없다. 다른 곳에 대여해 이자로 받은 금이 조금 늘긴 했다.

현재(6월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044억8000만달러로 세계 7위 규모다. 이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0.03%(14.4t), 장부가로 8000만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와 비교조차 안되는 스리랑카, 키프로스, 요르단 수준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은도 금 매입을 검토하지 않은 건 아니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안팎으로부터 있었다. 한은의 보잘 것 없는 금 보유량은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메뉴였다. 그럼에도 한은은 꿋꿋이 ‘금보기를 돌 같이’ 했다.

한은의 논리는 금이 무수익 자산인데다 위기때 유동성이 떨어져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로선 쉽게 늘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달러가 없어 나라가 거덜이 난 적이 있기에 한은의 주장이 아예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안전자산으로서 금 선호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어제 오늘의 전망이 아니다. 지금 한은이 과거에 겪었던 ‘달러 트라우마’만을 얘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 보유 국가의 위상에도 맞지 않다. 하긴 올들어 금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자료를 만들기도 한 곳이 한은이다.

일부 외국계 투자기관들은 금값이 올해 안에 온스당 1650달러를 넘어서고 내년에는 2000달러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데다, 엄청나게 금을 매입하면서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금의 비중이 1.7%에 불과한 중국이 앞으로도 계속 금을 매입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한은은 ‘지금 금 매입은 상투를 잡는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결국 한은은 금을 안 사는 게 아니라 못 사는 것이다. 책임지기 싫어하는

<신창훈 기자 @1chunsim>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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