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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의 디바’ 장혜진, 중간평가 1위… "나는 장혜진이다"

가수들의 긴장감은 여전했지만 들을거리는 더 많은 시간으로 탈바꿈했다.

17일 ‘나는 가수다’의 중간평가에서는 새로운 미션곡을 부여받은 가수들의 도전기가 전파를 탔다. 원곡자를 만나 곡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편곡자와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가는 시간. 그 와중에 배어나오는 극도의 긴장감은 여전했지만 본경연에 앞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누는 시간이기에 음악을 보여주고 들려준다는 느낌, 서로 나눌 수 있다는 공감의 시간이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각오는 다양했다. 그럼에도 일관된 줄기는 있었다. 자기 본연의 색을 보여주겠다는 것.

이제 새롭게 부여받은 미션곡으로 ‘절치부심’ 해야할 가수들이 유난히 많았다. 90년대 디바로 화려한 입성을 했으나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장혜진, 최초의 아이돌그룹 출신의 도전자이자 늘 논란의 꼬리표를 달고다니는 옥주현이 그렇다. 이들은 한주간 단련했어야할 노래를 통해 아주 깊숙한 곳에 날카로운 칼을 숨긴 채 운명의 시간을 기다렸다.

새로운 도전자 김조한은 ‘허니(박진영)’, 장혜진은 ‘술이야(바이브)’, 조관우는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박미경)’, 옥주현은 ‘남자는 내 여자는 항구(심수봉)’가 선택됐고 원년멤버 윤도현은 ‘크게 라디오를 켜고(시나위)’, 박정현은 ‘나 가거든(조수미)’, 김범수는 ‘희나리(구창모)’였다. 목이 편치 않은 상황에도 구창모의 ‘희나리’를 가사 느낌 그대로 전달한 김범수는 동료가수들의 찬사를 받았고, 100번은 족히 불러봤다는 윤도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는 록의 진수를 보여줬다. 조관우의 극강의 도전이 보여진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과 타고난 리듬감과 그루브로 록비트를 소화한 김조한, 그리고 이들 세 사람이 이날 '중간평가'의 주역이었다.


▶ ‘나는 장혜진이다’ = 카라의 엉덩이춤을 90년대 디바가 소화했다. 짙은 눈화장에  몸에 꼭 맞는 스키니진을 입고 무대에 올라 열창한 ‘미스터’는 안타깝지만 7위의 수모를 겪었다. 장혜진은 설움이 복받쳤다고 했다.

이제 새 미션곡을 임하는 자세는 오로지 진정성이었다.  "내 이야기처럼이 아니라 내 이야기로 그대로 우러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진심을 담고자 했던 것. 

디바는 그러나 여전이 긴장 중이었다. 첫 방송에서 나미의 ‘슬픈 인연’을 부를 당시부터 장혜진이 이 무대에 얼마나 많은 부담을 안고 있는 지를 여실히 드러났다. 장혜진은 이제 자신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것을 ‘잘 갈아진 칼을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동안 자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장혜진, 이날 그는 1위에 올랐다. 오로지 장혜진의 음색을 잘 드러낸 곡에서 디바는 마침내 동료가수들의 선택을 받았다. 조관우는 장혜진의 노래에 “한참을 빠져있었다”면서 “10여년 전 묻은 술이 생각난다. 기막힌 숙성으로 지금 열면 최고의 맛을 내는 술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실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평했다.

장혜진은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비록 중간평가였지만 그간의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나는 장혜진이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서고자 했다는 그, 90년대를 대표하는 디바가 흘린 눈물엔 그간 ‘나는 가수다’를 통해 겪은 중압감과 긴장감이 그대로 묻어나버렸다. 윤도현은 선배가수 장혜진의 중간평가 무대를 본 뒤 “장혜진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 “박정현, 가장 두려운 경쟁자”=요정 박정현은 이제 어떤 곡을 불러도 안정적이다. 지난 10일 방송분에서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를 록스타일로 소화했다.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발랄함을 최대한 살린 이날 무대에서도 2위, 늘 안정적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박정현이다. 이러한 박정현에 대해 선배가수 장혜진은 “늘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아 가장 두려운 경쟁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카라얀의 극찬을 받은 소프라노 조수미의 명곡 ‘나 가거든’은 박정현에게는 부담이었다. 김범수의 R&B 버전, 김경호의 록발라드 버전이 있었지만 성악으로 소화했던 조수미의 인상적인 가창을 박정현 스스로 표현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

박정현은 먼 길을 돌아가는 대신 곧장 가로질러 가는 방법을 택했다. 자신의 목소리로 가장 자기답게 부르고자 한 것. 중간평가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박정현이 노래를 선보이자 출연가수들은 기립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던진 한 마디는 ‘두렵다’는 것이었다. 조관우는 박정현의 노래 뒤 이렇게 말했다.  “그 안에서 승부를 걸고, 그 속에 박정현의 색깔이 분명히 들어있다는 것. 정말 놀랐다. 두렵다”고.

▶ 옥주현, “미워도 사랑해주세요”=옥주현은 원곡자 심수봉을 찾았다. 대선배와의 만남에 옥주현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로 시작하는 ‘남자는 내 여자는 항구’의 가사는 심수봉이 곁에서 직접 경험한 사연이다. 옥주현은 대선배를 만나 이 사연을 들은 뒤 “요즘의 세대에게도 이 감동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각오로 연습에 임했다.

심수봉과의 만남은 무엇보다 옥주현에게 큰 힘이 됐다. 매회 논란과 악플에 시달리고 있는 옥주현에게 심수봉은 “내가 부르는 노래가 누구를 즐겁게 하고 누구를 살리고 누가 혹시 나를 공격하더라도 감싸안고, 상처가 있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다 용서하고 격려하고 자신의 모든 사랑과 재능을 그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수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말로 위로했다.

옥주현은 “심수봉 선배님께서 저와 관련한 기사들을 다 보신 것 같다”면서 “그 말씀이 큰 세상을 품어주는 것처럼 따뜻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옥주현은 그제야 자신의 진심인듯 한 마디를 덧댔다. “미워도 사랑해주세요”라고.

이날 중간평가에서 옥주현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또다른 감성으로 소화했다. 후렴구에서는 빠른 리듬으로 소화하며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지만 동료가수들의 선택은 6위, 기대와 동시에 우려 또한 크다는 반응이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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