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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르(Micro RNA)의 미로 풀어나가는 김빛내리 교수
2007년 여성 과학자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로레알 유네스코 세계 여성과학자상 수상. 지난해는 네이처, 사이언스와 함께 세계 3대 과학잡지로 불리는 셀(Cell)의 편집위원. 같은 해 과학기술부 국가과학자 선정.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42ㆍ사진)가 이름처럼 자신의 명성 뿐만 아니라 한국 과학계를 빛내고 있다.

무엇보다 김 교수를 세계적인 과학자로 우뚝 세운 것은 미르 혹은 스몰RNA로 불리는 마이크로(Micro) RNA다. 마이크로RNA는 단백질이 아닌 RNA상태로 세포 내에 존재하며 다른 유전자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 몸속에는 200종 이상의 마이크로RNA가 존재하며, 생물체의 발생과 성장, 노화, 사멸 등 대부분의 생명 현상에 관여한다.

마이크로 RNA는 10년 전 만 해도 미지의 세계였다. 2001년 인간게놈지도 초안이 공식 발표됐을 때 과학자들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전체 게놈의 3%도 안 되고 나머지가 모두 97~98%가 불필요한(junk) 유전자란 사실에 주목했다.

하지만 과학자 어느 누구도 ‘왜 인간은 쓸모 없는 유전자로 가득찬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쉽게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런데 김 교수가 마이크로 RNA의 생성 과정을 2002년 처음 밝혀냈다. 2003년에는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RNA 생성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효소도 발견했다.

8년 뒤인 14일 김 교수는 또하나의 쾌거를 달성했다. 이번에는 마이크로RNA를 생성하는 효소인 다이서(Dicer)가 기존 연구에서 밝힌 RNA 사슬 구조의 뒤 쪽 끝이 아니라 앞 쪽 끝의 인산과 산소를 인지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 특히 이 부위를 망가뜨렸을 때 마이크로RNA의 양이 줄거나 잘못된 형태의 마이크로RNA가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14일자 네이처에 실렸고, 과학계는 향후 이를 이용한 유전자 연구나 치료에 결정적인 이론적 토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김 교수는 자신의 건강을 돌볼 틈도 없이 생명 연구에 몰두했다. 지난 2007년에는 위암 선고를 받고 연구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꾸준한 치료와 예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완치에 성공했다. 회복 후 김 교수가 찾은 곳은 어김없이 자신의 연구실이었다. “연구할 시간이 더 귀하게 느껴져 앞으로 남은 인생을 더욱 쪼개 써야겠다”고 말하는 김 교수. 그녀는 진정한 ‘국민과학자’이다.

<정태일 기자@ndisbegin>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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