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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련법안 8년째 국회서 낮잠…숨죽여 커가는 ‘영리’한 병원들
관련법마련 여전히 제자리

외국병원 유치사례도 전무


해외의료관광객 유치 병원

우회루트로 투자자금 해결


설립·펀딩 등 각종 규제속

회색지대서 기형적인 성장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형 외국병원 설립이 가능한 근거법률을 만든 때가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이다. ‘동북아 허브’를 외치던 그때부터 8년이 흘렀지만 인천ㆍ광양 등 6개에 달하는 경제자유구역에 실제로 외국병원이 유치된 사례는 단 하나도 없다. 근거법만 있을 뿐 세부적인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존스홉킨스병원이 한때 인천 송도 투자를 검토했지만 법이 따라주지 않으니 결국 포기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에 관한 논의는 지난 2008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우여 한나라당 대표가 당시 대표 발의했던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처음이다. 외국병원 설립을 위한 절차와 조건 등을 담은 내용이다.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가 꼼짝하지 않았다. 경제부처 주도로 같은 내용을 담은 법률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제출됐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 신세였다.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한 ‘세계적인 고품격 의료’를 내세우며 설립된‘ 차움’의 내부 시설 모습. 이곳에서는 전문의사의 진단과 영양처방, 운동지도 등을 모두 한곳에서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법이 국회 문턱에서 잠자는 사이 국내 의료계에서는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실질적으로 의료법의 ‘회색지대’에 머무는 병원들이 생겨났다.

차병원(성광의료법인)은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한 ‘세계적인 고품격 의료’를 내세우며 안티에이징 라이프센터 차움을 지난해 11월 서울 청담동에 개원했다. 50여명의 전문의료진과 서양과 동양, 대체 의학을 바탕으로 한 ‘트리플 검진’을 기초로 한다. 전문의사의 진단과 영양처방, 운동지도 등을 모두 한곳에서 받는 원스톱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차움 측은 거액이 소요되는 투자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특한 운영방식을 채택했다. 차병원그룹 계열사인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시설기자재를 차움의 운영주체인 성광의료법인에 리스를 해주는 형태다. 투자자를 유치할 수 없는 현 의료법 때문에 고가의 투자비가 소요되는 의료 기자재 부담을 덜기 위한 우회해결책이다. 또 건물주인 리츠사에는 건물임대료를 지급한다. 차움은 그간 할리우드 배우들을 비롯한 중국의 화빈그룹 원빈회장 등이 이곳을 다녀가는 등 개원 초기임에도 적잖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차병원 측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세계적인 유명인사급 내방객들이 375명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차병원그룹 관계자는 “의료와 운동센터 등이 병원 한 곳에서 운영된다면 더 효율적이겠지만 현재 의료법의 한계상 성광의료법인과 차바이오앤디오스텍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에 대한 법률이 통과되지 않아 만들어진 기형적인 구조”라면서 “이 같은 사실 때문에 병원에서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현행 의료법안에서는 병원 설립은 의사개인과 병원, 그리고 비영리법인만이 가능하다. 이 중 의사개인은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펀딩(funding)에 한계가 있고, 비영리법인의 경우도 투자와 배당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불특정다수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펀딩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는 상황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 같은 변칙적인 구조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국내 병원 전문가들은 해외관광객 유치와 고급형 국내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투자형의료법인을 허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현행 제도하에서도 병원들이 ‘특진’제도나 CT검사 등 고가의 의료시술을 유도하는 등 사실상 영리행위를 하고 있는 만큼 원칙적으로 투자형의료법인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차라리 영리병원을 허용하되 일반급여환자에 대한 최소비율을 정하는 방식 등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며 “오히려 투자형영리법인의 이익금 일부를 활용해 공공의료를 지원하는 방식을 논의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웅 기자/goa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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