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11일 오전 축제의 분위기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오전 8시13분 서초 사옥으로 출근했다. 이 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평창올림픽 유치라는 알찬 결실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근한 것이다. 금의환향이다.

삼성 직원들 700여명은 이 회장의 출근 모습을 보기 위해 로비에 모였다. 이들은 이 회장이 도착하자 “회장님,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연신 박수를 쳤다. 이 회장은 사원 남녀대표로 부터 꽃다발을 받으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이 회장은 곧바로 젊은 직원들에 휩싸인 채 사진 촬영에 임했다.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 걸린 ‘쉼없는 열정, 끝없는 도전의 결실-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우리 모두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배경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날 로비에 모인 직원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 각 부에서 2~3명씩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이 회장의 모습을 보기 위해 로비로 내려왔고, 이에 인파가 넘쳤다는 후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평창 유치 후 첫 출근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간단한 세리머니를 준비했는데, 이렇게까지 직원들이 몰릴 줄 몰랐다”고 밝혔다. 삼성 한 직원은 “회장님이 평창을 위해 굉장히 수고하셨는데, 멀리서나마 ‘수고하셨다’고 응원하고 싶어 잠깐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로비 검색대를 통과한 후 잠시 뒤돌아서서 손을 크게 흔들었고 직원들의 환호성을 뒤로한 채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무실에 올라갔다.

이 회장과 삼성은 이렇듯 11일 하루는 잔치 분위기였지만 계속 ‘축제’를 즐길 여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악화와 삼성테크윈발(發) 비리 척결과 관련한 대대적인 자정 운동, 이에 따른 인적쇄신 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마음부담을 털었기에 본격적인 ‘삼성 개혁’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 8일 귀국 인터뷰에서 “(인사는) 수시로 하는 것이니까 언제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향후 후속 인적쇄신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삼성의 다른 관계자는 “당분간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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